상품화된 추억의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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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화된 추억의 아름다움
  • 배선한 시민기자
  • 승인 2021.05.04 1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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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비와 당신의 이야기
'비와당신의이야기' 영화 포스터
'비와당신의이야기'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팔릴만한 상품을 만드는 것은 소비자에게는 만족을 주며 생산자에게는 경제적 이득을 남긴다. 영화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팔릴만한 소재를 찾는 것은 무척 어렵고 힘들다. 기시감, 클리셰 범벅이란 소리를 들으면서도 비슷한 이야기의 영화가 계속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이런 맥락에서 보면 또 그렇고 그런 영화다. 

레트로에 막 빠졌거나 아날로그 감성이 뼛속 깊이 각인돼 취향도 그쪽으로만 흐른다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더할 나위 없는 선물이다. 천우희, 강하늘의 팬이라면 러닝타임 내내 기쁨의 오열을 할지도 모른다. 캐릭터의 매력을 최고치로 끌어 올린 연출은 잊고 있었던 로맨스 감정을 심장으로부터 소환해낸다. 그만큼 두 배우는 사랑스럽고 캐릭터 조화도 좋다. 

그런데 누구나 다 아는 감정, 누구나 한 번쯤 겪었을 법한 이 이야기는 역설적으로 취향을 탄다. 편지, 음악, 기다림, 그리고 불멸의 필살기 첫사랑까지 로맨스 영화가 취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소재들의 조합은 누군가에게는 여전히 설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이미 너무 식상하다. 그 식상함을 피해갈 수 있는 게 연출력이고 명작까지 끌어올리려면 그야말로 재능과 천운이 따라야 한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유감스럽게도 조금 식상하다. 개별 에피소드는 관객 각자의 추억을 즉각적으로 소환해낼 만큼 훌륭한 감정선을 유지하지만 전체적인 밸런스는 삐걱거린다. 감정 자체를 건드리는 데만 주력하다 보니 정작 좋은 영화가 가져야 할 완성도가 떨어진다. 

현실에서의 지나간 시간은 추억보다는 회환과 후회가 더 많을 수도 있는데 로맨스 영화의 지나간 시간은 아름답고 아련하며 그립다(첫사랑이 아름답지 않으면 영화는 로맨스가 아니라 스릴러나 무거운 드라마나 때로는 액션 호러로 전향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게 로맨스 영화를 보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계절은 어김없이 선명한 봄이지만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로맨스 영화 한 편으로 달래고 싶다면 추천할 만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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