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조선 시대의 ‘술빚기’ 특징 몇 가지를 소개한다.

첫째, “쓿고 쓿고 백세(百洗)하여”라는 말이 있다. 술의 재료는 쌀이고, 쌀에서도 전분만이 발효에 필요하다. 전분 외의 단백질이나 지방 등 영양소는 밥맛에는 좋지만, 술을 만들기 위한 발효에는 지장을 준다.

그래서 조선 시대에는 방아를 ‘찧고 찧고(쓿고  쓿고)’ 그래도 제거하지 못한 부분은 ‘백세(百洗)’를 하여 제거를 했는데, 백세는 백번이 아니라 그만큼 많이 씻는다는 뜻이다.

둘째, 고두밥을 찔 때 ‘문무화(文武火) 기법’을 쓰는 것이다. 밥은 센 불로 익히고 부드러운 불로 뜸을 들이는 데 반해, 고두밥은 부드러운 불로 찌고 센 불로 뜸을 들인다. 그렇게 해서 속에까지 고루 익힌다는 것이다.

셋째, 세계 어디에도 없는 ‘밑술 기법’이다. 알코올을 만드는 미생물인 효모는 산소가 있으면 증식을 하고, 산소가 없으면 알코올을 만드는데, 이 성질을 활용하는 셈이다. 쌀을 가루 내어 풍부한 산소를 품은 ‘죽’이나 ‘범벅’ 등을 만들어 ‘밑술’을 해주면, 효모가 충분히 증식하여 누룩을 적게 넣어도 발효가 잘된다. 이뿐 아니라 오히려 누룩 냄새보다 과일향, 꽃향이 어우러진 ‘고급진’ 술이 된다.

넷째, 술빚기 초반에 ‘밀가루’를 넣어준다는 것이다. 물은 보통 ph7 정도의 중성으로 잡균이 잘 번식한다. 그런데 밀가루를 넣어주면 물이 ph4 정도의 약산성(弱酸性)이 되어 ‘산’에 약한 잡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그리하여 술빚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셈이다.

이런 기술을 배우다 보면 ‘어떻게 600여 년 전 조선 시대에 이렇게 과학적인 술빚기가 가능했나?’ 하고 감탄을 금할 수 없다. 한편으론, ‘그랬던 우리의 전통주가 일제강점기에 어찌 깡그리 사라졌나?’ 하고 한탄을 금할 수 없다.

오랫동안 잠들었던 조선의 슬기롭고 과학적인 술빚기가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우리 술에 관심이 커지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통주 강좌’를 하는 교육기관이 생기고, 인터넷에서는 ‘술빚기 동영상’이 널리 퍼지고 있다. 급기야 2016년 2월에 ‘하우스양조장’(소형 주류제조장) 허가가 나면서 술빚기에 관심은 더욱 높아졌다.

이제 여러분도 ‘슬기로운 술빚기’를 통해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나아가 인생 이모작의 좋은 기회를 얻었으면 한다.

초여름의 잎들이 초록으로 짙어간다. 임들 곁에도 늘 푸름이 가득하길 두 손 모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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