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발신제한

'발신제한' 영화 포스터.
'발신제한'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아이를 태우고 출근하던 차 안에서 난데없는 발신 표시 제한 전화 한 통을 받는다. 폭탄이 설치돼 있으니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이다. 이런 진퇴양난의 괴로운 상황을 이제 막 주연으로 발돋움한 조우진이라는 배우가 표현해낸다.

감초 조연이 대중에게 자신을 인지시키는 경로는 대체로 비슷하다. 인면수심의 악역을 거듭해 자신만의 아우라로 각인시키거나, 적재적소에 끼어드는 현란한 애드리브 연기로 조미료 역할을 제대로 하거나 대체로 이 둘 중 하나다. 자칫 주인공처럼 너무 잘생겼거나 심각하거나 로맨틱하면 조연감으로서는 부적격인 경우가 많다. <발신제한>의 조우진도 이와 비슷한 경로를 거쳐 주연 자리에 올랐다.

<발신제한>은 극을 끌어가는 조우진의 역량 없이는 논하기 어려운 영화다. <스피드 (1994)>를 연상케 하는 소재를 비롯해서 비슷한 이야기와 비슷한 액션이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는 걸 보면 하늘 아래 새로울 게 없다 싶은데, 조연에서 주연으로 올라선 조우진의 존재감만큼은 새롭다. 수많은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했던 이 배우는 엄청난 다작임에도 영화마다 다른 얼굴 다른 캐릭터로 맷집을 키웠다. 그리고 팔색조의 얼굴을 지닌 이 배우는 이제 당당히 주, 조연 전방위로 활약할 수 있는 티켓을 거머쥔 듯하다.

차 안이라는 한정된 공간은 몰입감을 증폭시키기에는 최적의 공간이다. 게다가 해운대를 비롯한 부산의 풍경을 끌어들인 카체이싱은 자칫 답답할 수 있는 ‘좁은 차’라는 공간을 확장시켰다. 부산저축은행 사태라는 낯익은 사건을 끌어와 짐작 가능한 결론으로 치닫지만, 대신 볼거리와 캐릭터에 집중하면서 영화는 오히려 집중력을 높인다. 무엇보다 많이 욕심내지 않고 한 가지만 집중해도 평타는 친다는 교훈이 여기서도 적용된다. 한여름 장맛비처럼 장렬하진 않아도 텁텁함을 날리기엔 꽤 괜찮은 영화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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