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진정 사천중학교 교사] 교직 생활을 시작한 지도 30년이 다 되어 갑니다. 처음에 가르쳤던 제자들이 벌써 대학생 자녀를 뒀을 만큼 중년이 다 된 모습을 보면 ‘세월이 유수와 같다.’라는 말을 절감하게 됩니다. 교육학 시간에 배웠던 이론만 알고 돈키호테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려고 덤벙대며 시행착오를 겪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지나고 보니 참 꿈같이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소중한 성장기를 함께 보내며, 노력하고 방황하고 갈등하는 아이들의 마음에 큰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스스로 노력하며 보낸 시간과 아이들이, 파스텔로 그린 한 편의 동화같이 그립습니다.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상처를 받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또한 갈등으로 인하여 견디지 못하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항상 저에게 힘을 준 것은 ‘사랑’과 ‘이해’였습니다. 부족하지만 애쓰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이해해주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셨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끼며 용기를 가졌습니다.

여자중학교에 갔을 때는 남학교와 달라 아이들과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장애를 느꼈습니다. 날로 아이들과 거리감이 느껴졌고, 교사의 책임을 다할 수 없다는 것에 자책하기도 하였습니다. 아이들과의 관계에도 3인칭 ‘저 사람’과 1인칭 ‘우리’는 엄청 다른 의미입니다. ‘저 사람’에서 ‘우리’가 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내 마음을 전할 방법이 없어 고민하다가 장문의 편지를 써서 이해를 구했습니다. 마음이 전해진 걸까요? 그 뒤로 아이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많은 아이가 한 공간에서 생활하며 서로 껴안고 부대끼며 생활하는 공간이 학교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갈등이 일어나고 해결되곤 합니다. 한두 학생의 갈등만 생겨도 일과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이 없습니다. 갈등이 어떻게 생겼는지, 무슨 문제가 있는지, 어떤 해결책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지를 아이들과 상담하고 관련 교사들이 의논합니다. 그리고 학부모님께 사실을 알리고 의논합니다. 또한 공적인 매뉴얼에 따라서 서류를 작성하고 보고합니다. 이 과정을 진행하는 데 시간이 부족합니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해야지, 교사는 수업해야지, 학부모님은 일하시느라 연락이 잘 안 되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학부모님으로부터 항의성 민원이라도 들어오면 그야말로 ‘맨붕’입니다. 사소한 말꼬투리 하나, 보낸 문자 한 구절을 문제 삼을 때는 그냥 참담합니다.

십여 년 전에 있었던 기억에 남는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수요일이라 수업을 일찍 마치고 직원 체육을 한다고 체육관에서 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3학년 학부모님 대여섯 분이 큰 대야 하나씩을 이고, 체육관에 오셨습니다. 대야 속에는 각종 산해진미가 그득했습니다. 선생님들의 고마움에 밥 한 끼라도 보답하고 싶다며 학부모님들께서 직접 요리를 해오셨습니다. 교직원 열두 명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고 있던 아이들과 교직원들, 그리고 음식을 준비하신 학부모님들이 함께 정말 맛나게 나눠 먹었습니다. 학부모님들께 대접을 받았다는 것을 자랑하고 싶은 것이 아닙니다. 학부모님과 학생들 그리고 교직원들이 함께 교육과정을 만들고 함께 참가하면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신뢰, 그리고 사랑이 만들어 낸 아름다운 화음이었다는 생각입니다.


바다를 보고 / 바다 색깔을 맞춰 보라던 / 한 아이가 있었다.  

푸른 바다는 / 파란 하늘빛을 안아서 /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인다고….

바다를 보던 아이는 / 바다처럼 일렁대는 시절을 보냈다.   

바다를 알지 못하는 난 / 파도가 멈추기만을 주문했지만 

바람 따라 그 아이는 / 출렁대는 파도가 되었다.  

큰 파도를 안고 누비는 / 한 점의 푸른 바다가 되었다.

(파도 같던 아이를 생각하며 쓴 글)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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