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천] 파친코 1·2

『파친코1·2』이민진 지음 / 문학사상  / 2018
『파친코1·2』이민진 지음 / 문학사상 / 2018

[뉴스사천=김현자 사천도서관 사서] “역사가 우리를 망쳐 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서 살던 선자는 엄마 나이인 야쿠자 한수에게 빠져 그의 아이를 임신하고 곤경에 처한다. 일본으로 가기 위해 선자네 하숙집에 잠시 머물던 목사 이삭은 폐병을 이겨내도록 보살펴준 은혜를 갚고자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한 선자와 혼인하고 일본에 있는 형 요셉에게로 간다.

일본에서 조선인들의 삶은 비참하기 그지없다. 온갖 멸시를 참아가며 힘겨운 노동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들은 자식만큼은 일본인과 같은 대우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소원하며 악착같이 살아간다. 하지만 그런 꿈은 현실에서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조선인이 일본에서 살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직업 중 하나가 파친코였다. 

선자의 큰 아들 노아는 출생의 비밀을 알고는 아무도 모르는 곳에 잠적하여 파친코에서 일하며 일본인으로 살아간다. 노아는 자신을 찾아온 어머니를 만난 후 조선인이라는 한계를 이겨내지 못하고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사건은 일제강점기 때 나라 잃은 조선인이 감내해야 하는 이방인의 처절한 삶을 잘 보여준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이삭, 요셉, 노아, 모자수, 솔로몬이다. 종교적 색채를 가미해 이방인의 힘겨운 삶에 대한 인내, 희생, 사랑을 독자에게 묻고 있으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악착같이 자식을 잘 키우고자 하는 헌신적인 우리 어머니의 강인한 모습도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파친코』는 한국계 1.5세대 미국인 이민진 작가가 일제강점기부터 1980년대까지의 뼈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차별받는 재일동포의 힘겨운 삶에 대한 기록으로 위정자의 잘못된 정치가 국민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되새겨보게 한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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