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강물문제, KAI매각설, 신종플루, 행정통합, 유치원 앞 주유소

다사다난했던 2009년, 경남 사천에서 있었던 주요 이슈를 돌아본다.
대한민국, 그 가운데 경남 사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올 한해도 쉼 없이 달렸다. 그리고 2009년 끄트머리에 서서 잠시 숨을 돌린다. ‘내가 어찌 살아왔던가’ 뒤도 돌아본다. 웃음도 있고, 눈물도 있고, 진한 아쉬움도 있으리라. 저마다 중요한 기억은 다르겠으나 함께 기억할 일 어찌 없을까. 뉴스사천에서 보도한 내용을 중심으로 지나온 한 해를 돌이켜 본다.

1. 지금도 계속되는 남강물 부산공급 논란

새해가 밝은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물 문제가 터졌다. 이와 관련해 뉴스사천은 1월22일자로 ‘사천 볼모로 삼는 남강댐용수증대사업’이란 기사를 처음 올렸다.

남강댐용수증대사업의 핵심은 ‘남강댐에 물을 더 가둔 다음 관로를 놓아 물을 부산으로 가져가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을 더 가두면 홍수 위험이 커지므로 사천만쪽으로 비상방수로를 하나 더 뚫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남강댐 용수증대 사업은 지금도 많은 논란을 낳고 있다. 사진은 남강댐 일원 지도.
이 소식이 알려지자 남강권 수계에서 살아가는 서부경남이 발칵 뒤집혔다. 미래 물 부족과 홍수위험 증대 그리고 어업피해와 수몰피해 등이 불만으로 떠올랐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피해가 예상되는 곳은 당연히 사천. 비상방수로가 추가로 만들어지면 홍수기에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남강물이 사천만으로 쏟아질 게 빤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어장 피해는 물론 산업단지와 공군부대 그리고 주요 하천 주변 마을의 침수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즉시 시민대책위가 꾸려졌다. 청와대와 국토해양부 등에 사업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보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남강댐용수증대사업이 아닌, 남강댐치수증대사업으로 슬그머니 이름을 바꿨다. 원래부터 남강댐이 홍수위험에 취약했으니, 남강 상류에 댐을 하나 더 짓고 비상방수로를 하나 더 만들어야 한다는 것. 이밖에 국토해양부의 크고 작은 말 바꾸기가 이어졌다.

지금은 예비타당성조사 결과가 채 나오지 않았음에도 본 사업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할 태세여서 경남도 차원에서도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사업을 끝까지 막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시민대책위는 한 때 삐걱거리는 잡음이 들렸지만 지금은 조직을 추스른 상황. 그러나 서부경남대책위에서 탈퇴함으로써 연대 고리가 끊어졌다.

이는 이번 문제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에서 기인했다. 서부경남대책위는 이번 사태가 낙동강물을 관리하는 정부의 근본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낙동강 수질 개선을 통해 부산권 시민들이 그 물을 안전하게 먹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남강댐 용수증대 사업에 반대하는 경남서부 지역민들의 집회 장면.
반면 사천대책위는 낙동강과 연결 짓는 것을 한사코 거부한다. 오직 사천만 비상방수로 반대만 외치는 모습이다. 여기에 남강 상류에 신규댐 건설을 찬성하는 정도다. 이는 사천시와 사천시의회도 비슷한 모양새다.

경남도와 경남도의회는 눈치 보기에 바쁘다. 이는 정부 도지사와 대부분의 도의원들이 정부 여당과 같은 한나라당 소속이라는 점과 관련이 깊다. 경남도 남강댐TF단도 흐지부지 활동을 끝냈고, 경남도의회에 구성됐던 남강댐조사특위도 한나라당 의원들의 단체행동으로 일찍 문을 닫았다.

어쨌거나 용수증대사업 또는 치수증대사업으로 불리는 ‘남강물 부산공급사업’은 내년에도 사천과 경남을 뜨겁게 달굴 가능성이 높다. 특히 타당성조사가 마무리될 시기인 하반기에 논란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세종시와 4대강사업처럼 정부가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며 밀어붙일 경우 친 여당 세력들은 이탈 또는 침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소수의 싸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2. KAI를 대한항공이 인수한다고?

올해 초, 또 하나 터져 나온 충격적인 소식이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의 정부 지분 매각 추진’이었다. 처음에는 국제경쟁입찰을 통해 외국자본에 팔기로 했다는 소식이 정부에서 흘러나왔으나 이후 인수자로 대한항공이 집중 거론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언론을 통해 KAI지분인수에 관심이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KAI직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노조원과 비노조원이 모두 참여하는 비상투쟁위원회가 조직되어 상경집회를 여는가 하면 대 시민 홍보전을 펼치기도 했다. 여기에 지역시민들도 동참하는 분위기였다. 사천시장과 시의회도 나서 대한항공이 KAI 지분인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KAI비상투쟁위원회의 집회 장면.
반대 이유는 다양했다. 직원들은 통합 이후 구조조정 가능성에서부터 인수기업의 부실 등을 주요하게 꼽았다. 지역민들과 KAI협력업체들은 대한항공 인수 후 사천쪽 생산공장이 김해쪽으로 흡수 통합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렇게 되면 사천이 부르짖는 ‘항공산업의 메카’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것.

사실 KAI지분매각 논란의 핵심은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민영화정책에 맥이 닿아 있었다. KAI지분 30.5%를 갖고 있는 산업은행을 민영화하면 자연스레 KAI지분도 팔릴 것이기 때문이었다.

4월이 최대 고비였던 이 논란은 정치권이 나서자 금방 가라앉았다. 항공기생산업체가 방위사업과 긴밀하게 맞물려 있는 점을 감안, 국회의원들이 KAI 완전 민영화가 시기상조임을 지적했고, 이에 정부도 더 이상 매각 강행 의사를 보이지 않은 것이다. 현재로선 내년에 있을 ‘T-50 싱가포르 수출’ 성사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는 잠잠할 것으로 보이며, 그 결과는 KAI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3. 한 여름 불청객 ‘신종 플루’

올해를 돌아볼 때 ‘신종 플루’를 빼고 이야기하기는 어려울 성 싶다. 왜냐면 이 ‘신종 플루’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를 동시에 공포에 빠트렸고 그만큼 크게 주목을 받았기 때문이다.

신종 플루 감염환자가 처음 나타난 것은 지난 3월 멕시코. 이후 유럽과 아시아로 급속히 확산됐다. 처음에는 돼지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져 돼지독감, 돼지인플루엔자 등으로 불렸지만 이후 세계보건기구는 ‘H1N1 인플루엔자 A’라고 이름 붙였고, 우리나라에서는 ‘신종 플루’로 부르기 시작했다.

올해 신종플루 대유행은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사진은 예방접종 장면.
치사율은 일반 독감 수준과 비슷했지만 이 신종 플루에 전 세계가 주목한 이유는 사람, 조류, 돼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 혼합되어 나타난 새로운 종류의 바이러스였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는 5월2일에 첫 확진환자가 나타났고, 이로부터 80여 일이 지난 7월24일에 사천지역 첫 신종 플루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가 발생한 곳은 뜻밖에도 공군 제3훈련비행단 소속 군인. 집단생활을 하는 특성상 여러 동료 군인들이 추가 감염됐고, 73명이 넘는 군인이 군병원으로 후송되거나 격리 수용됐다.

이후 단체생활이 많은 학교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해 11월초에 절정을 이뤘다. 보건당국은 일찌감치 위기관리단계를 최고단계인 ‘심각’으로 전환한 가운데, 사천지역에서도 신종 플루 의심환자에게 항바이러스제를 적극 투여했다. 또 초등학교 저학년생들부터 백신접종에 들어가자 11월말부터는 확산추세가 주춤하기 시작했다.

12월말 현재 사천지역 신종 플루 감염환자는 3100명을 넘어섰고, 이중 2명이 숨졌다. 최근에는 하루에 10명 안팎의 신규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

신종 플루로 세계타악축제와 항공우주엑스포 등 지역 축제들이 무산되는 등 지역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관광업계와 공연업계 등 관련 산업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고 신종 플루 위기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최근 전국에서 사람으로부터 신종 플루에 감염되는 돼지가 발견되고 있고, 기존 항바이러스에 내성을 갖는 변종들이 생겨나 보건당국에서는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4. ‘뜨거운 감자’ 행정통합 논란

올해 6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이 행정통합 문제를 들고 나왔다. 여러 후보지 가운데 사천과 진주를 거론한 것이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통합 결정을 하면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유혹했다.

인근 마산 창원 진해가 가장 먼저 통합 움직임을 보였고, 뒤이어 사천과 진주를 포함한 서부경남에서도 통합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부에서는 서부경남 7개 지자체를 모두 묶는 ‘대통합론’을 주장하기도 했다.

행정통합 논란은 지역사회의 뜨거운 감자였다.
하지만 사천에서는, 적어도 겉으로는 크게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한 언론사가 여론조사 한 결과 절반이 넘는 57%가 ‘통합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으로 나왔지만 이러한 주장을 적극 펴는 시민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들은 “사천과 진주가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고 통합으로 상당한 시너지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통합에 찬성했다.

반면 여론조사와 달리 생활 속에서는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컸다. 이들은 “사천과 삼천포의 통합 후유증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도, 정부의 일방적 주장에 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섣부르다”고 주장했다. 특히 진주시와 통합할 경우 상당부분 흡수되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사천시와 사천시의회는 일종의 무대응 전략으로 행정통합에 반대한다는 의사를 표했다.

통합 논란은 11월25일 열린 ‘행정구역개편 토론회’ 이후 수그러들었다. 이날 토론으로 양측 견해가 좁혀졌다기보다는 사실상 올해 안 행정통합은 물 건너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후 마산 창원 진해 통합 움직임에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점점 묻히는 모양새다.

그러나 현재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행정구역개편 특별법이 내년 이후 발효될 경우 통합 논의는 다시 불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5. 공원으로 탈바꿈한 유치원 앞 주유소

“유치원 코앞에 주유소가 생기다니!” 이 같은 하소연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올해 3월초. 사천지역 유일의 단설유치원인 사천유치원 정문 맞은편으로 20미터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 터파기 공사가 시작되자, 유치원교사도 학부모들도 ‘뭔 일인가’ 했다.

이내 그 공사가 주유소를 짓기 위한 공사라는 걸 알고는 분노했다. 학부모들은 사천시와 사천교육청을 항의방문 해 경위를 따졌으나 돌아온 대답은 “법적인 문제가 없어 허가했다”는 거였다.

유치원 앞 주유소 논란은 유치원 학부모들의 끈질긴 노력과 사업주의 양보, 늦게나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 사천시의 의지가 어우러져 결국 해결됐다.
학부모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찌 어린 아이들이 지내는 유치원 앞에 위험물시설로 분류된 주유소가 들어서도 막을 장치가 없는가’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면서 시민사회단체와 학교운영위원들에게 문제해결에 동참해 달라고 호소하기 시작했다. 뉴스사천도 이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이 과정에 유치원이 초중고교나 어린이집에 비해 안전사각지대에 있음과 자치단체별로 주유소가 들어설 수 있는 제한이 다름을 확인했다. 특히 전국의 지자체 중 절반 정도는 주유소 설립 관련 고시를 운용하고 있었는데, 경남도에는 오래 전 이 고시가 사라졌음을 확인했다.

학부모들은 크게 두 가지를 요구했다. 진행되고 있는 주유소 공사를 중단시킬 것과 향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천시가 ‘주유소 고시’를 만들어 미리 안전망을 확보하자는 거였다. 이는 5월부터 경남도가 아닌 사천시가 관련 고시를 만들 수 있게 법 개정이 이뤄진 데 따른 것이었다.

이 문제가 지역사회로 번지자 사천소방서는 적법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며 주유소 공사중지 명령을 내림과 동시에 사업주를 검찰에 고발했다. 사천시는 이 틈을 타 사업주를 설득했고, 결국 터를 매입하는 데 성공했다.

사천시는 주유소 공사가 진행되던 땅을 메워 작은 공원을 조성했다. 또 10월에 이르러서는 유치원으로부터 50미터 이상 떨어진 곳에 주유소가 들어서는 내용 등을 담은 ‘주유소 고시’를 공표함으로써 모든 문제가 마무리됐다.

유치원 학부모들의 끈질긴 노력과 사업주의 양보, 그리고 늦게나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선 사천시의 의지가 어우러져 ‘유치원 앞 주유소 논란’은 아름다운 결과를 낳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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