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21 쉬운 우리말 쓰기 : 품고 배려하는 말과 글 ④

이 기획 보도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사단법인 국어문화원연합회가 주최하는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에 선정된 뉴스사천이 경상국립대 국어문화원의 도움으로 진행한다. 여러 사회복지기관의 협조로 그들의 누리집을 더 쉬운 표현으로 바꾸는 방안을 찾는다.       -편집자-

 

사천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
사천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 누리집.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사천시 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사천YWCA가 사천시로부터 넘겨받아 운영하는 기관이다. 한때는 다문화가족 지원에만 그쳤으나 지금은 다문화, 한부모, 조손, 1인 가구 등 모든 가족으로 범위를 넓혀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름이 조금 긴 편이다. 해당 기관에선 ‘건가다가’로 줄여 쓰고 있다. 이름에 든 ‘건강가정’이나 ‘다문화’에 관해 살피는 일은 다음으로 미루고, 이번 기사에선 누리집(https://sacheon.familynet.or.kr/center)의 기본 구성과 그 속에 담긴 여러 표현에 집중해 살피기로 한다.

누리집의 첫 화면은 매우 친근하고 따스한 느낌을 준다. 처음 방문한 사람도 필요한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만큼 구성도 깔끔하다. 특히 센터의 사무실 주소와 전화번호를 화면 중앙에 큼지막하게 배치한 데서는 이용자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다만 이곳에서도 좀 더 나은 표현으로 바로잡거나 제안하고픈 대목을 몇몇 찾을 수 있었다. 먼저 생각해볼 것은 인사말에서 ‘온 가족이 행복의 균형을 이루는 지역 공동체 역할 리더’라고 한 표현이다. 이 말에는 ‘온 가족이 고루 행복하도록 균형을 잡는 역할을 센터가 맡겠노라’라는 뜻이 깔려 있다. 그렇다면 앞부분은 ‘온 가족의 행복이 균형을 이루는(이루도록)’이라고 고쳐 쓰는 것이 더 어울린다. 뒷부분의 ‘지역 공동체 역할 리더’는 네 개의 명사만 나열돼 있어서 어렵고, 앞부분이 어떤 명사를 꾸미는지도 헷갈린다. 이를 종합할 때 ‘온 가족의 행복이 균형을 이루도록 지역 공동체를 이끄는 역할’이 센터의 임무라고 소개하면 어떨까 싶다. 만약 가족의 주체성을 강조하고 싶다면 ‘온 가족이 스스로 행복의 균형을 이루도록 돕는 역할’로 표현할 수 있겠다.

‘사업 소개’란에 있는 ‘부모의 역할 및 가족 관계 개선’도 어색하긴 마찬가지다. ‘부모의 역할’과 ‘가족 관계’가 모두 ‘개선’에 연결된 탓이다. 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부모가 제 역할을 잘하게 지원하고 가족 관계가 나아지도록 돕는 일을 하므로, ‘부모 역할 지원과 가족 관계 개선’이란 표현이 더 낫겠다.

사업이나 프로그램의 이름에서도 생각해볼 점이 여럿이다. 무엇보다 외래어나 한자어가 너무 많이 쓰였다. 예를 들자면 ‘공개 상담 슈퍼비전’, ‘프랜대디스쿨_아빠랑 놀자’, ‘비대면 상시프로그램 <5일의 홈트왕>’ 등이다. 영어권이나 한자권의 사람들은 쉽게 이해할지 몰라도 그 밖의 문화권 사람들에겐 우리말보다 더 어렵게 다가갈 수 있다.

물론 지역 단위 센터에서는 더 높은 단위의 기관에서 지은 사업 이름을 그대로 받아써야 하는 일이 잦을 줄 안다. 그러니 지역 센터에만 쉬운 말을 쓰자고 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더 높은 기관이 먼저 바뀌어야 하는 이유다.

사천시 건가다가 누리집에는 반대로 모범으로 삼을 만한 사례도 여럿 있었다. 그중 하나가 공동육아 프로그램인 ‘꼼지락옴지락’이다. ‘꼼지락’은 ‘몸을 천천히 좀스럽게 움직이는 모양’, ‘옴지락’은 ‘작은 것이 자꾸 느릿느릿 움직이는 모양’을 뜻한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무언가를 만들고 꾸미도록 하는 프로그램의 이름으로는 안성맞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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