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민 10명에게 듣다! "덤을 많이 줄 수 있는 한 해이길"

사천시민들에게 2010년 희망을 들었습니다.
새로운 천년을 맞았다고 호들갑을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년이 흘렀다. 유난히 어렵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지난해! 반대로 2010년 새해에는 ‘진짜 살맛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 싶다. 뉴스사천은 새해를 맞는 시민들을 만나 꿈과 희망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독자 여러분께도 희망의 기운이 전해지길 기대한다.

“자연이 주는 것에 감사할 뿐” 어부 김혜진 씨

김혜진 씨.
“새해 소망요? 늘 지금처럼만 됐으면 좋겠어요.” 어구를 돌보는 손길에 흐트러짐 없이, 그녀의 답은 간결했다. “늘 지금처럼” 이 말은 가진 것이 많은 사람보다는, 진정 욕심 없고 고마워 할 줄 아는 사람이 쓸 수 있는 표현이 아닐까.

서울에서 시집 왔다는 김혜진 씨(50). 동갑내기 남편 박용철 씨와 함께 어부로 지낸 시간이 10년이다. “어부로 사는 삶, 재밌어요. 자연의 힘으로 하는 일이니까 욕심 부리면 안 되죠.”

여러 어민들 만나 봤지만 이렇게 긍정적인 대답 들어본 것은 처음이다. 다들 “바닷일로 먹고 살기는 이제 틀렸다”는 부정적인 반응이었는데, “얼마든지 노력만 하면 아직은 괜찮아요”라는 김 씨의 말이 따뜻하게 들린다.

어자원 줄고 기름값 오르고, 어찌 어부의 삶이 녹녹할까만, 긍정하고 고마워 할 줄 아는 그녀는 정녕 ‘행복’을 누릴 자격이 있어 보인다. 비록 지금은 남의 배를 빌려 고기잡이를 하고 있지만 새해에는 그들만의 새 배를 갖는다고 하니 뉴스사천도 함께 축하해주고 싶다.

“풍어를 기원합니다, 황금어장호!”

도원 · 주형 형제, “아빠 갖고 싶어요”

강도원·주형 형제.
문선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에 다니는 강도원, 강주형 형제. 이들에게 새해에 가장 간절한 것은 아빠다. 2년 가까이 아빠를 보지 못했기 때문. 아빠는 회사 업무로 필리핀에 장기 출장 중이라고 한다.

동생 주형이는 내년에 갖고 싶은 것 없느냐는 물음에 망설임 없이 “아빠”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새해에는 “좀 덜 싸웠으면”하고 바랐다. 나이 차는 크지만 남형제라 싸우기도 많이 싸웠다고.

형 도원이는 이제 중학생이 된다. 설렘도 있지만 벌써부터 공부에 대한 압박감이 크단다. 그래서 학원도 2곳이나 다닌다고. 열심히 공부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걸까 궁금해서 물었다. “공무원이 되고 싶어요. 안정적인 직장이잖아요.”

이제 갓 중학교에 들어가며 안정적인 직업과 직장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 2010년 대한민국의 오늘인가 보다. 

생선 노점상 오 씨 “덤을 많이 줄 수 있으면 좋겠어”

오정근 씨.

삼천포수협 활어위판장 가까이서 생선을 파는 오정근 씨(66), 그의 올해 소망은 덤을 많이 얹어 주는 것이다.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이나 기분 좋아야지. 우리도 많이 줘야 기분이 좋아.”

그가 이런 바람을 갖는 것은 지난 1년이 그만큼 힘들었기 때문이다. 유난히 고기가 적게 잡혔고, 그 바람에 생선값이 크게 올라 그의 말처럼 “이문이 얼마 없었다”고 한다. 게다가 신종 플루 영향으로 관광객도 크게 줄어 “재미가 별로”였다고.

그의 고향은 합천 삼가다. 아들 둘은 대구에 살고, 그와 부인은 사업 실패 후 삼천포에 내려와 생선가게를 시작했다. 아침 경매에서 구입한 생선을 다듬어 부인은 가게에서, 그리고 오 씨는 손수레를 이용해 팔고 있는 것. 그 세월이 어느덧 7년이다.

“우리 같은 사람이야 뭐 별 것 있나. 그저 고기가 많이 잡히면 좋지.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 좀 덜 싸우고 경기 풀리도록 힘써 줬으면 좋겠어.” 덤을 많이 주고 싶다는 그의 소망! 꼭 이뤄지는 한 해가 되길 빌어본다.

“올해에는 꼭 시집가고 싶어요” 사회복지사 류선영 씨

이선영 씨.
사천시 곤양면사무소에서 일반 행정과 사회복지 업무를 맡고 있는 류선영(28세) 씨. 공직에 몸담은 지 불과 2년 밖에 안 된 그는 이제 조금씩 업무를 알아가고 있는 초보 공무원이다. 올해 심장수술을 한 할머니 때문에 가슴 졸이기도 했지만, 다행히 건강을 회복해 기쁘다고 했다. 짧은 공무원 생활이었지만, 사회복지업무를 담당하면서 많은 걸 느꼈다고 했다.

“그동안 살면서 장애인을 만날 기회가 없었는데, 공무원 생활을 하면서 힘든 사람이 많다는 걸 알게 됐는데요, 앞으로 더 많이 베풀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울산이 고향인 그는 한적한 시골에 2년간 홀로 지내다보니, 요즘 들어 부쩍 외로움을 많이 탄다고 했다. “주위에 친구가 없어서 외로워요. 내년엔 좋은 짝 만났으면 좋겠어요. 얼굴은 따지지 않고, 더불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면 괜찮아요.” 그래서 “내년에는 꼭 결혼하고 싶다”는 작은 소망을 말했다.


"가족 모두 건강했으면" 김덕점 할머니

김덕점 할머니.
“바라는 거 없어. 그냥 죽기만 바라는 거지 뭐(하하). 내나 아들 내외가 건강했으면 좋것어”

곤양시장 한 모퉁이에서 내다 팔 굴을 까고 계신 남루한 옷차림의 김덕점(83세) 할머니는 온 몸을 꽁꽁 얼어붙게 하는 매서운 칼바람에도 아랑곳없이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장날이 아니라서 시장을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도 할머니는 묵묵히 하던 일을 계속했다.

한창 젊은 나이인 35살 때 이곳에서 장사를 해 온 김 할머니는 시장의 터줏대감이다. 지나가던 주민들이 할머니를 알아보고 살며시 인사를 한다. 30년 전 할아버지가 지병으로 돌아가신 후, 홀로 되신 할머니는 예순을 넘긴 아들이 유일한 피붙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들이 고혈압으로 고생하고 있는데다가 할머니마저 오랜 장사로 허리가 좋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다. “바라는 거 없어. 죽기만 바라는 거지 뭐. 내가 얼마나 아팠는지(아이고 허리야). 와이리 안 죽노(하하)....”

내내 “죽기만 바란다”고 말씀하시던 김 할머니는 “자신이나 아들이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을 말했다. 그리고 인근 부대가 축소된 이후, 꾸준하게 찾던 군인들이 크게 줄면서 “장사가 잘되지 않는다”며 “내년에는 경기가 풀려서 돈도 많이 벌었으면 한다”고 했다.


"자연재해 없이 무사하게 농사 지었으면" 농부 김명춘 씨 

김명춘 씨
“우리 마을이 소중하다는 걸 느껴십니더. 애들이 공부 잘 했으면 좋겠네예”
마을에 채석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에 한동안 떠들썩했던 곤명면 성방리 마을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여느 시골마을과 다름없이 평온하다. 마을 위쪽에 있는 비닐하우스에서는 금방 수확한 딸기를 내다 팔기 위해 가족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8년 전 남편을 따라 이곳으로 온 딸기 농사꾼 아내 김명춘(44세)씨는 올해가 유난히 길었던 한 해였다. 채석장 때문에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절박한 순간이 있었기에 그랬다.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지만, 다행히 김 씨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힘겨운 노력으로 채석장이 들어서는 것을 막아냈다. 그는 한때 가슴을 졸이기도 했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마을의 소중함을 알게 되어 전화위복으로 삼는다고 했다.

“농사를 계속 짓게 되어서 정말 다행입니더. 우리 마을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됐고, 마을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지예”  

그리고 그는 올해 농사를 무탈하게 지을 수 있기를 바랐다. 또 아이들에 대한 소박한 소망을 살짝 말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올해에는 자연재해 없이 무사하게 농사를 지었으면 합니더. 우리 애들도 공부 잘했으면 좋겠어예”


"즐겁게 봉사하고파" 아름다운가게 활동천사 이정임 씨

이정임 씨.
나눔과 순환을 실천하는 '아름다운가게' 사천점. 이곳에선 가게 운영을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들을 ‘활동천사’라고 부른다. 지난 29일 매장에서 환하게 웃음 짓고 있는 활동천사 이정임(57.사남면)씨를 만났다.

그녀는 장성한 두 아들과 남편을 둔 평범한 주부다. 푸근한 인상의 이 씨는 "아름다운가게 일이 그동안 했던 여러  자원봉사 가운데서도 가장 값지고 보람된 일"이라고 말했다.  

"병원 등 다양한 곳에서 자원봉사를 했지만, 슬프고 안타까운 사연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이렇게 북적이고 사람들의 웃음을 만날 수 있다는 것, 무엇보다 신이 나는 봉사이지요."

새해소망에 대해 묻자, 이정임 씨는 "아름다운가게가 잘 되어서, 어렵고 소외된 이들에게 많은 도움이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임 씨는 개인적으로는 2010년에는 둘째 아들이 장가를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 '마라톤' 등 운동을 다시 시작할 계획이다. 그녀는 지역마라톤대회에 참가해 10km를 3회 완주한 경험이 있다.

"올해도 아이들의 환한 웃음 사진으로" 생활사진가 김병구 씨

김병구 씨
한국항공우주산업(주)에 근무하고 있는 회사원 김병구(42.사남면)씨. 두 딸과 아내와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다.

그는 바쁜 직장 생활 중 틈틈히 KAI 사진동호회 회원, 진주SLR클럽 회원으로 활동하며, 지역의 풍광과 주변의 일상을 담는 생활사진가다. 지난해에는 '어머니'를 주제로 삶의 표정과 무게가 느껴지는 작품 시리즈를 찍기도 했다.

또 귀여운 두 딸을 모델 삼아 해맑은 표정을 사진으로 담아내고 있다. 그는 "2010년에는 국내외적으로 더 영향력 있는 사진가가 될 수 있도록 정진하고, 아이들의 환한 웃음담긴 사진도 열심히 찍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2009년을 보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에 대해 묻자, 그는  "무엇보다 전국적으로 유행한 신종플루로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더욱 가슴 아프고 힘겨운 한 해였다"고 말했다. 또 "지난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해에는 슬픈 일보다 좋은 일이 많은 한 해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들 건강하고 행복한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역 독립 영화 함께 봐요" 미디어활동가 김준성 씨

김준성 씨.
대도시가 아닌 곳에선 독립영화나 다큐멘터리를 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사천, 진주 등 경남서부 지역에서는 찾아가는 공동체 상영회 등을 통해 재미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진주시민미디어센터에서 상영담당을 맡고 있는 김준성(28, 용현면)씨 같은 미디어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2009년 무척 바쁘게 보냈다고 했다.

"2009년에는 워낭소리 열풍으로 독립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습니다. 농촌으로 바닷가로 많이 뛰어다녔습니다. 아이들을 위한 만화영화도, 우리네 삶을 투영한 여러 독립영화를 수많은 이들에게 보여주었지요. 바쁜 만큼 보람도 컸습니다."
 
김준성 씨는 "2010년에는 지역관심사를 사람들과 나누고, 지역 이야기가 담긴 독립영화를 공동체 상영 등을 통해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또 “지역 여성농민들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독립영화 '땅의 여자'가 2010년에 흥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땅의 여자'는 독립영화 감독 권우정씨가 경남 일대 농촌에서 1년 반을 보내며 여성 농민들의 속내를 속속들이 담아 만든 다큐멘터리다.


"어려운 시기, 지혜롭게 헤쳐나갔으면" 사업가 오영환 씨

오영환 씨.
사천 용현면에서 전기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오영환 씨. 세계 경제가 어두운 침체의 터널에 들어섰던 2009년, 대부분의 중소기업이 그러하듯 그도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는 ‘여전히 어려운 시기, 지혜롭게 난국을 헤쳐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2009년 전반기에는 그래도 공사 입찰 물량은 있었지만,  후반기는 건축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물량이 줄었어요. 우리 같은 조그만 기업일수록 타격은 심했어요. 지금 2010년 한 해도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해야죠. 살아남는다는 것, 첫 번째 과제입니다."

그는 어려운 시기인 만큼 정치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6월 2일 지방선거에서 민의를 대변하는 이들이 뽑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힘든 시기, 사람들이 그래도 희망을 갖는 것은 선거일지도 몰라요. 사람들과 제대로 소통하고, 희망을 줄 수 있는 후보가 당선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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