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 송창섭 시인] 인간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이동 수단은 발을 이용한 걷기입니다. 굳이 직립 보행이 아니더라도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은 삶의 가치와 다양성을 추구하기 위한 영역 확장이라는 의미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길을 걷는다는 말은 단순히 공간의 변화만을 뜻하지는 않기 때문에 우리의 삶에서 매우 중요하며 풍요로운 의미를 지닙니다. 

사람이 행하는 올바른 도리를 정도正道라고 합니다. 앞서가는 사람의 언행은 뒤를 따르는 사람의 사표가 되기에 정도로서의 상징성이 큽니다. 이에 반해 사도邪道는 비뚤어져 올바르지 않은 길을 가리킵니다. 사도를 걷는 이들은 철저히 자신의 관념에 사로잡혀 타인의 사정을 고려하거나 배려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은 타당한 근거 없이도 무조건 옳고 잘한 행위라 맹신합니다. 주위의 조언 따위는 한낱 허튼소리로 쓸모가 없기에 절대 수용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굴곡진 시각은 진리를 왜곡하고 진실을 은폐하는 데에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한동안은 탄력을 받아 문제없고 무탈한 듯 보이지만 언젠가는 사달이 납니다. 

정치politics라는 말은 고대 그리스의 도시 국가를 뜻하는 폴리스polis에서 유래했습니다. 정치를 일러 “통치자나 정치가가 사회 구성원들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거나 통제하고 국가의 정책과 목적을 실현시키는 일. 개인이나 집단이 이익과 권력을 얻거나 늘이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교섭하고 정략적으로 활동하는 일.” 등으로 정의합니다. 정치학 대사전에서는 “권력의 획득과 유지를 둘러싼 항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이라 밝히고 있습니다. 국민들이 희망하고 기대하는 국민의 건강, 복지, 안녕 그리고 국가의 평화와 발전을 추구한다는 것과 관련해 어떤 구체적인 표현도 들어 있지 않습니다. 정치 행위가 누구를 위해 무엇을 하고 왜 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이 없습니다. 의아하고 뜨악합니다.   

‘정치政治’의 ‘정’을 파자하면 ‘정正’과 ‘등글월문부攵’가 나타납니다. 정은 ‘바르다’는 말이요, 등글월문부는 홀로 쓸 때는 ‘칠 복攴’을 말합니다. ‘칠 복’은 ‘채찍卜’과 ‘손又’의 합자로 손에 채찍을 들고 가볍게 친다는 뜻을 지녔습니다. ‘또 우又’는 오른손을 본뜬 글자로 ‘오른손, 가지다, 돕다’의 의미로 쓰는 상형문자입니다. ‘치治’는 물 흐르는 모양의 ‘물수부氵’와 별이름, 높은 벼슬을 나타내는 ‘태台’를 합친 형성문자로, ‘다스리다’는 뜻으로 쓰며 소리는 태가 전음이 되어 치가 되었습니다. 곧 채찍을 들어서라도 물 흐르듯 바르게 다스리는 것이 정치임이 드러납니다.  

우리의 정치판을 보겠습니다. 과연 후덕하고 믿음직한 ‘정치’다운 면모를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심장이 떨리고 두렵습니다. 돌이켜보면 민심이 무엇을 바라는지 어디로 흐르는지에 대한 관심은 실종했고, 오직 당선에만 목을 매어 비방, 험담, 불신, 유언비어, 흑색선전 따위에 몰입하는 정치인들의 행보가 거대해 보였습니다.  

 

길을 바르게 걷지 않는 것은 비도非道입니다. 타인의 걸음까지 뒤틀리게 만든다면 이는 최소한의 양심마저 까뭉갠 사도입니다. 프랑스의 정치학자 뒤베르제는 정치는 야누스의 얼굴이라 했습니다. 우리의 정치가 정도를 걸어 우리가 믿고 따르고 지지할 수 있는 긍정의 얼굴을 갖도록  나에게 먼저 채찍을 가하며 스스로 정신 재무장해야겠습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