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영화 포스터.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한국인에겐 무척이나 익숙한 홍콩무협 영화는 북미에서 B급 영화로 분류될 정도로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장르다. 마블 영화 최초로 동양인 히어로가 출연하는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제목에서부터 무협의 향기가 짙게 풍기는데, MCU(Marvel Cinematic Universe) 속으로 들어갔으니 어떻게 어우러지느냐가 관건이다. 성공적으로 안착하면 꽤 흥미롭고 새로운 장르의 서막을 열었을 수도 있었다. 결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호기롭게 만난 두 세계는 조화롭기보다는 삐걱거리기만 하는데, 특히 무협의 향이 너무 짙다. 무협이 옳지 않은 선택이라는 것이 아니라 MCU라는 방대한 장점을 제대로 취하지 못했다. 

마블과 무협 액션이 만났으니 볼거리는 풍성하다. 하지만 목 놓아 외치던 마블의 새로운 시작과는 거리가 있다. 세계관과 캐릭터는 삐걱거리며매력 없는 신파가 정점을 찍는다. 굳이 마블이어야 했을까 싶을 만큼 한 편의 무협 액션을 본 느낌이다. 서양적 관점에서 보면 무협 판타지는 새로운 가능성일 수 있겠지만 동양인의 눈으로 볼 때는 그렇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캐릭터의 매력인데 중심잡고 매력을 각인시켜야할 주연 캐릭터가 너무 약하다. 다만 MCU의 다른 히어로들과 앞으로 어떻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느냐는 과제이자 짐이다. 

샹치 역의 시무 리우보다는 아버지 웬우 역의 양조위가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은 오롯이 양조위라는 배우가 가진 역량이다. 눈빛 하나로 거대한 스크린을 장악하는 이 배우는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어느 시공간에 위치하더라도 그가 가진 흡인력은 쇠퇴하는 법이 없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기대보다 더 좋았던 점이 있다면 단연 양조위다.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은 있으나 일단 마블의 새로운 빌런을 만나는 재미만으로 티켓값은 아깝지 않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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