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향분 차벗.
박향분 차벗.

[뉴스사천=박향분 차벗] 그렇게 무더웠던 여름은 지나가고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이 성큼 눈앞에 다가왔다. 우리는 늘 차(茶)를 즐겨 마시지만 그래도 계절별로 골라서 마시는 재미도 제법 솔솔하다.

봄이면 춥고 긴긴 겨울을 견디고 돋은 참새 혓바닥 같은 새순으로 만든 우전을 맛본다, 어린순이라 깊고 센 맛은 없지만 배냇향처럼 은은하고 감칠맛 나고 입안에 침이 저절로 고이며 그 향기의 여운이 계속 입안을 맴돌게 하는 우전을 마셔보기를 권한다.

햇차를 개봉하는 날엔 차(茶)벗들도 초대하여 함께 마시고 음미하면서 품평하면 더욱 좋다. 어떤 분이 정성스레 만든 차(茶)인지 만드신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하기도 하면서....

우전 다음엔 세작, 차를 오래 마셨던 분들은 오히려 세작에서 깊은 맛이 난다고들 한다. 우전보다 부드럽지는 않지만 그래도 약간 녹차의 카테긴 성분인 쓴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음이다. 나 자신도 봄이면 꼭 우전 하나를 구입해서 맛보기도 하지만, 우전은 가격대가 비싼 만큼 하나만 구입하고 주로 세작을 구입하여 마신다. 실컷 마시고 싶을 땐 세작만한 게 없다.

더운 여름날엔 녹차를 냉침하여 마시면 시원하다. 우리는 더운 날일수록 따끈한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여 복날이면 삼계탕을 먹기도 한다. 차(茶)는 찬 음식이니 따뜻하게 마시면 훨씬 몸에 이롭다고 하지만 그래도 기호식품이니 가끔은 시원하게 냉차로서 마셔도 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준다.

녹차는 따뜻한 물에 우려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가 시원하게 마시는 것보다는, 처음부터 찬물에 녹차잎을 넣어 두었다가 찻물이 우려나면 마시거나 얼음을 타서 마시면 녹차의 향기로움이 더욱 진하다. 또한 얼음동동 과일과 함께 홍차펀치를 만들어 마셔도 좋고, 8월이면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연꽃 한송이로 은은한 연꽃차 한잔도 참 좋다.

아름다운 계절 이 가을에는 잘 익은 발효차 한잔을 권한다. 우리가 젊은 시절엔 젊음 그 자체만으로도 이쁘고 사랑스럽고 싱거럽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나이가 들면 든 만큼 잘 익어간 우리의 삶이 더 깊이가 있고 아름답듯이, 차(茶)도 초봄에 파릇파릇한 새 순으로 만든 녹차가 향기롭고 싱거럽고 달콤하지만, 그 푸른 잎을 잘 발효시켜서 만든 발효차는 우리가 살아왔던 삶의 무게처럼 아주 깊고 아름답고 향기로운 맛이 난다.

우리지역에서는 다자연, 다솔사, 무심다원, 정동황차원, 영봉다원, 다선암, 대방사, 원효정사 등에서 발효차를 만들고 있음을 보아왔다. 발효차의 차색이 흔히 황색이라 하여 일반적으로 황차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으나, 실제로 만드는 방법에 있어서는 홍차를 만드는 기법과 비슷하다. 중국이나 대만에서는 다양한 발효차를 내놓고 있다. 발효차 종류 또한 하도 다양해서 그 이름을 다 기억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이렇게 다양한 발효차가 나오다보니 몇 해 전에 중국 서호에 간 적이 있었는데, 용정차로 유명한 서호에서 녹차에 민트를 가미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 때 나는 녹차의 은은한 배냇향은 어디로 사라지고 민트의 향기를 입힌 녹차를 마셨지만, 이것이 진정 향기로움을 지향하며 나아가는 세상인가, 아니면 커피산업에 밀린 차(茶)산업의 발악인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어쨌던 차(茶)산업도 변천을 하고 있음은 사실이고,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

오늘처럼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 아름다운 계절 이 가을에는 따끈한 발효차 한잔이 코로나로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따끈하게 풀어줄 것이다. 혹여라도 감기기운이 있을 때면 이 발효차에 생강 한조각을 넣어마시면 감기가 금방 사라지기도 한다. 자, 지금 바로 발효차 한잔을 마셔보시길.....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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