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 출신 이영곤 씨, 사고현장 돕다 다른 차에 치여
사천시 정동면 선영에 안장…진주시, 의사자 지정 신청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올해 추석명절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2일, 고속도로에서 앞선 차량의 사고를 목격하고 응급처치를 위해 차에서 내렸던 60대 의사가 다른 차량에 치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에 따르면, 9월 22일 오전 11시53분께 남해고속도로 진주시 정촌면 화개리 인근에서 SUV차량 한 대가 빗길에 미끄러져 가드레일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차량을 뒤따라 가던 의사 이영곤(61)씨는 자신의 차량을 갓길에 세우고, 사고차량의 운전자 상태를 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씨는 사고 운전자가 크게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하고 응급처치 후 돌아오던 중 같은 지점에서 또 다른 승용차가 덮쳤다. 이 씨는 사고 직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이 씨는 진주에서 내과의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날 고향인 사천시 정동면에 들렀다가 진주로 돌아가던 중이었다. 이날 사고 현장 주변은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 미끄러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곤 씨는 사천시 출신으로 진주고 졸업 후 부산대 의대를 나왔으며, 진주의료원에서 5년간 근무하다가 진주 중앙시장 인근에 자신의 이름을 딴 내과를 개업했다. 평소 지역학생들에게 장학금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진주교도소 등에 20년째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는 치료비가 없는 환자들을 무료 진료하기도 했다.

지인과 의료인들은 이 씨가 의사로서 역할을 다하려다가 안타까운 사고를 당한 것 같다며, 그를 추모했다. 경상국립대병원에 차려진 이 씨의 빈소에는 그의 진료를 받았던 환자를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조문이 이어졌다. 페이스북 등 SNS에도 그의 선행과 죽음을 애도하는 게시물이 잇따랐다. 이 씨는 24일 사천시 정동면에 있는 선영에 안장됐다.

진주시는 “위험에 처한 타인을 위해 의로운 행위를 한 故이영곤 원장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했다”며 “그의 희생정신을 기리고자 보건복지부에 의사자 인정을 직권으로 청구하기로 했다다”고 밝혔다.

의사자 인정제도는 직무 외의 행위로 자신의 생명 또는 신체상의 위험을 무릅쓰고 위험에 처한 타인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기 위해 직접적이고 적극적인 행위를 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보건복지부에서 인정하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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