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십여 년 전쯤, 한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장영희 교수의 수필 「괜찮아」를 읽고 감명을 받은 일이 있다. 이 수필은 장 교수가 『샘터』에 연재했던 수필들을 모은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 수록되었다 하는데 저자가 작고한 다음 날 발간되었다고 한다. 장 교수는 1952년 나서 2009년에 귀천하였으니 요즘 수명으로 보면 단명이라 하겠다. 더욱 안타깝게 생각되는 일은 이분이 한 살 때 소아마비를 앓아 평생 장애를 안고 산 분이라는 데 있고 암에 오래 시달리다 그 때문에 유명을 달리한 데에 있다. 그럼에도 미국까지 가 박사학위를 받고, 모교인 서강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평생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놓지 않은 분이라 한다.

「괜찮아」는 어릴 적의 체험을 소개하고 그 일에서 배려와 사랑의 정신을 깨닫게 되었다고 회상하는 글로 읽을 수 있겠는데, 그 체험이 아주 특별하다. 동네 아이들과 어울려 뛰놀지 못하는 어린 글쓴이는 부모님의 배려로 아이들이 뛰노는 골목길 어귀에 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곤 했는데 아이들도 글쓴이를 배려해 가방 지키기나 간단한 심판 등 무언가 할 일을 정해주는 배려를 해 주었다고 했다. 하루는 다른 아이들보다 먼저 자리에 와 앉아있게 되었는데 리어카를 끌고 가던 엿장수가 목발을 옆에 두고 앉아있는 글쓴이를 보더니 가다가 다시 돌아와 깨엿 두 개를 건네며 ‘괜찮아’라고 했다는 것이다. 돈을 안 내고 그냥 먹어도 괜찮다는 것인지 장애가 있어도 괜찮다고 한 뜻인지 모르겠으나 글쓴이는 여기에서 세상에는 따뜻한 배려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술회한다. 그리고 ‘괜찮아’라는 말에는 용서와 격려와 나눔과 부축의 뜻이 더 있을 것 같다고 덧붙이고 있다.

이 여러 말에다 그 뜻을 또 하나만 덧붙인다면 아마도 ‘여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너무 여유만 부리면 느슨하다는 비판에 놓이게 될지는 모르지만, 작금의 우리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너무 굳어있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어서다. 오래 지속되는 코로나19 때문일지, 한창 불이 붙은 대선 열기에 편승해선지 모르지만 어쨌든 조금이라도 비판할만한 것이 있으면 참지 못하는 것이 대세가 된 느낌이다. 마침 아침저녁으로는 선선해져서 책읽기에 좋으니 장 교수가 남긴 책 중 한 권이라도 구해 읽어보면 어떨까. 

장 교수가 신문에 연재한  ‘영미시산책’을 엮은 책 『생일』에 나오는 미국 시인 세러 티즈레일의 시 「물물교환」의 일부를 소개한다. ‘‘Barter(물물교환)’라는 경제용어를 사용해서 우리가 누리는 삶의 기쁜 순간들은 결국 교환적이며 보상적이라는 의미를 전하고 있다’는 감상도 달렸다.

“금빛으로 휘어지는 음악소리/ 비에 젖은 솔 내음/ 당신을 사랑하는 눈매, 보듬어 안는 팔,/ 전 재산을 털어 아름다움을 사세요./ 사고 나서는 값을 따지지 마세요./ 한순간의 환희를 위해/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세요.”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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