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교실에서 피어난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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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해교실에서 피어난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
  • 이영현 인턴기자
  • 승인 2021.10.12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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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 넘겨 첫 시집 펴낸 이삼순 할머니의 도전

“숙제로 쓰던 게 시집 될 줄이야…희로애락 담아”
“응원해 준 가족, 삼천포종합복지관 식구들에 감사”

 

이삼순 시인.
이삼순 시인.

“사랑하는 사람들 / 서로가 이루지 못해 / 가슴태우며 말없이 떠나버린 / 이 아름다운 계절에 / 쓸쓸함이 더해가네 // 솜털 같은 구름 / 한 조각씩 느릿느릿 흘러가고 /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가을의 이별이 / 추억을 훔치고 어디론가 말없이 떠나가네 // 아-그대에게 / 부치지 못한 이 가을 편지” -이삼순 시인의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 중에서

[뉴스사천=이영현 인턴기자] 사천 남양동 송천마을에 사는 이삼순 할머니는 올해로 여든넷(84세)이다. 그런데 최근 자신의 희로애락을 담은 시집 한 권을 냈다. 제목은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이다.

이삼순 시인을 10월 8일 만났다. 그가 글공부를 하는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에서다. 따뜻한 눈빛에 연륜이 묻어나는 말투가 처음부터 마음을 끌었다.

농사를 짓고, 바닷가를 벗 삼으며 조개를 캐던 이삼순 시인은 3년 전 삼천포종합사회복지관 문해교실에 입학했다. 글을 좀 더 배우고 싶은 마음이었다.

“나이가 등께 뭘 더 배우고 싶은데 어디로 갈까 하다가, 한글은 아니까 글을 좀 더 배우고 싶더라고. 그래서 글을 배워야겠다 싶어 들어가니까, 거기서 김해남 선생님이 시를 가르쳐 주더라고. 덕분에 내가 글을 쓰게 됐습니더.”

이삼순 시인이 시를 쓰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복지관 숙젭니더. 내가 생각했던 것도 아니라 주제를 주고 시를 한 번 써봐라 해서 쓴 겁니더. 전부 다 숙제로 쓴 건데 시가 된 거 같아예. 숙제를 자꾸 주고, 나는 자꾸 쓰니까 재미도 있고. 또 쓰다 보니 눈물겨운 일들도 있고. 그래서 내가 생활하다가 이 책을 한 번 쓰고 싶으고, 내가 살아온 희로애락을 적어 놓고 가면 싶으고.”

'부치지 못한 가을편지'시집 표지
'부치지 못한 가을편지'시집 표지

이삼순 시인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하는 시는 「부치지 못한 가을 편지」다.

그는 “어제가 남편 제사였는데, 여태 남편을 보내고 가을만 되면 쓸쓸하고. 젊을 때 보내 놓응께 때만 되면, 제사만 되면 서글펐어예. 가을에 길을 걷다가 들국화를 볼 때면 한 다발 만들어 저승에다 보내고 싶고, 편지도 써서 보내고 싶고. 그런데 부칠 수는 없으니까. ‘참으로 부치지 못한 편지로다.’ 그래서 이 시를 썼고, 지금도 마음에 남습니더”라며 이 시를 꼽았다.

이삼순 시인은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집 출간의 기쁨을 나눴다.
이삼순 시인은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집 출간의 기쁨을 나눴다.

이삼순 시인은 자신을 응원해 준 사람들을 떠올리며 시집 출간의 기쁨을 나눴다.

“우리 남양복지관, 그리고 나를 인도해준 선생님들 참 고맙습니더. 내가 정으로 키운 손자손녀들, 그리고 사위들과 손자사위들. 특히 큰 손녀 진이와 우리 가족들, 내 글쓰는 거 찬성해줘서 모두 고맙다~~!”

인생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출간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을까. 글을 배우고 싶다는 바람으로 문해교실 문을 두드렸을 때 시집 출간이라는 결과를 상상이나 했을까. 84세의 적지 않은 연세지만 이삼순 시인은 글을 더 배우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문해교실 문을 두드리며 도전했다.

돌이켜보면 그의 인생에 도전은 그리 낯설지 않다. 문해교실에 입학하기 전엔 한국무용교실에 입학해 춤을 배우기도 했다. 이 시대에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이라면 새겨 볼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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