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정의를 지키느라 괴로운 슈퍼히어로에 지친 이들에게 안티 히어로는 단비 같은 존재다. 마음 내키는 대로 때려 부수는 안티 히어로를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블 코믹스의 그 어떤 캐릭터보다 ‘베놈’에 대한 사랑은 뜨거웠고, 고스란히 망작에 가까운 <베놈1>의 흥행으로 이어졌다. 이 상황을 인지했다면 <베놈2: 렛 데어 비 카니지>만큼은 제대로 만들었어야 할 텐데 나오느니 그저 한숨뿐이다.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으로 가득하며, 어지럽고 모호하고 유치하기만 하다. 화려한 CG로도 볼거리의 부족함을 채우지 못하고 개연성은 바닥이며 블록버스터의 핵심인 액션 또한 기대 이하다. 이쯤 되면 소니픽쳐스가 꿈꾸던 ‘소니 마블 유니버스 (SUMC: Sony’s Universe of Marvel Characters)’의 원대한 포부에 X물을 끼얹은 결과다. 

일단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안티 히어로 또는 빌런인 베놈보다 더 나쁜 최강의 빌런 카니지가 등장하고, 베놈은 카니지를 무찔러야 한다. 원작에서는 스파이더맨과 합작 해야 겨우 대항할 수 있다는 설정인 만큼 강력한 적을 어떻게 상대하는지 얼마나 멋지게 보여줄 것인지가 관건이다. 서사가 다소 허술하더라도 액션만 화려하다면 점수의 반은 먹고 들어가니 말이다.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은 바로 이 지점이다. 도대체 영문을 알 수 없는 이야기와 느슨한 캐릭터는 클라이막스의 대결 씬의 강도를 극명하게 낮추며 쾌감을 떨어뜨린다. 97분이라는 비교적 짧은 러닝타임이 하품 나올 만큼 길게 느껴질 지경이다. 딱 한 가지 장점이 있다면 막판에 잘 구워낸 쿠키 영상 정도다. 쿠키 하나 보자고 극장에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참고로 ‘소니 마블 유니버스’는 스파이더맨과 베놈의 영상 판권을 가진 소니 픽처스가 이 캐릭터를 통해 자신만의 세계관을 만들겠다는 야심 찬 계획이다. 그러나 현실은……. 제발 망해서 마블 코믹스가 돌려받았으면 좋으련만 자본주의 논리로 포기하지 않을 테니, 결국 고통받는 것은 팬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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