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천의 마을 숲 ①

코로나19로 새삼 깨닫는 것이 숲의 소중함이다. 특히나 마을 숲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늘 사람들 곁에 있어서 삶의 희로애락이 짙게 밴 곳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사천의 마을 숲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 편집자-

진분계 숲은 세월이 빚은 ‘자연숲’이다. 그러다 보니 천연 원시림의 기운마저 감돈다.
진분계 숲은 세월이 빚은 ‘자연숲’이다. 그러다 보니 천연 원시림의 기운마저 감돈다.

[뉴스사천=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사천의 마을 숲’ 연재를 시작하며

도시와 공동체가 붕괴하면서 도시 주변에 남아 있는 마을 숲도 곧 ‘사라질 운명’에 놓여 있다. 현재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숲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쉼 없이 앞만 보고 달려온 우리가 코로나19 복병을 만나 ‘일단멈춤’ 상태를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쉼이 없었던 삶은 자연과 인간을 병들게 했고, 무분별한 탄소 배출은 기후 재난을 불러왔다. 혹독한 대가도 치르고 있다.

이제야 겨우 마을 숲이 사라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아니면 그 속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 그래서 다른 곳이 아니라 내가 사는 사천의 마을 숲부터 들여다보려고 한다.

진분계 숲은 세월이 빚은 ‘자연숲’

사남면 계양리 진분계마을에 있는 숲으로 세월이 빚은 자연숲이다. 진분계 마을에서 와룡산으로 올라가는 등산로가 시작되는 곳이다. 규모는 약 13만 제곱미터로, 자연숲인데도 매우 크다.

마을 앞을 지나는 1016번 지방도가 진분계숲을 둘로 나누어 놓았다. 도로 위쪽에 있는 숲에는 주민들이 소원을 빌며 제를 지냈던 돌탑이 있고, 아래에는 와룡산에서 흘러내려 온 물이 흐르는 내가 있다.

숲에 들어서면 이끼를 몸에 두른 느티나무들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넓게 가지를 펼치고 반긴다. 숲이 오래되다 보니 두 나무가 붙어 한 나무처럼 보이는 나무도 있다. 보기에 따라 숲의 나무들이 무질서하게 서 있는 듯 보이지만 원시림 느낌을 주기도 한다. 인근에서 이 정도 규모를 갖춘 자연숲은 보기 드물다.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곳이다. 숲에는 느티나무를 비롯해 서어나무, 말채나무, 팽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이 자라고 있다.

과거 이곳이 진주와 경계를 이루는 곳에 있다 하여 ‘진분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사천시가 통합되기 전에는 사천군, 삼천포시, 고성군 3곳의 경계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고성군과 맞닿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분짓골’이라고도 부른다.

숲에는 서낭당이 3개가 있다. 서낭당은 옛날부터 마을의 안녕을 기원하는 동신제를 지내던 곳이다. 서낭당은 마을이 생기면서부터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 옛날에는 서낭당 외에도 마을 뒤에 있는 큰 나무에 가서 빌기도 했다. 섣달그믐 즈음에 목욕재계하고 성스러운 마음으로 제를 지내왔으나 20여 년 전부터는 제를 지내지 않는다고 한다.

숲의 조성 시기가 정확하지는 않다. 기록에는 120년으로 되어 있으나 마을 주민들은 300년 이상 되었을 것이라고 했다. 자연적으로 조성된 숲이라 마을이 생길 때부터 있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마을 어르신의 아버지가 어렸을 때도 나무가 컸고, 더 크고 오래된 나무를 베어 내기도 했다 하니, 아예 근거 없는 이야기는 아닌 듯하다.

숲속 우물 자리에 남은 물레방아.
숲속 우물 자리에 남은 물레방아.

10여 년 전만 해도 물레방아가 있던 자리에 우물이 있었다. 지금은 수도가 발달해 우물을 사용하지 않지만, 예전에는 마을 사람들 모두가 그 우물에서 물을 길어다 마셨다. 아무리 가물어도 한번도 물이 마른 적이 없었다고 한다. 모두 와룡산에서 흘러내린 물과 숲의 기운 덕분이지 싶다. 현재 숲 아래쪽으로 오토캠핑장을 만들어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되었다.

 

※ 이 글은 사천시 녹지공원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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