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애프터: 관계의 함정

'애프터: 관계의 함정' 영화 포스터.
'애프터: 관계의 함정'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가을이 깊어가는 딱 요맘때쯤이면 생각나는 게 로맨스 영화다.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개봉시기만큼은 참 시의적절하다. 스산한 감정을 달달하게 녹여주기까지 했으면 이 가을에 얼마나 좋았을까.

<애프터: 관계의 함정>은 <애프터>, <애프터: 그 후>를 잇는 시리즈 3편으로, 3편과 동시 제작한 4편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다. 꾸준히 명맥을 잇는 시리즈물의 특성상 고정팬 층도 확보돼 있고 완성도 면에서 허점도 많지만 MZ 세대의 로맨스 바이블로서의 요소는 충분히 갖췄다. 

영화의 스토리는 간단하다. 20대 커플이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고 또 만나고 싸우고 헤어지는 시간들의 반복이다. 공간적으로는 미국의 시애틀과 영국의 런던을 오가며 카피에서 내세운 ‘빨간 맛’ 로맨스를 선보인다. 그런데 이 영화의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그 ‘빨간 맛’이다. 15금임에도 불구하고 꽤 높은 수위의 러브신은 빈도 면에서도 좋은 면에서는 후하고 나쁘게 보자면 너무 잦다. 두 주인공의 감정선을 따라 몰입하려다 보면 불쑥 튀어나오는 빨간 맛이라, 로맨스 영화에서 러브신은 반드시 필요하다지만 이게 몰입을 방해할 정도라면 고민 좀 해봐야 할 문제다. 개연성과 캐릭터 집중도는 차치하고도 보는 내내 툭툭 맥이 끊긴다. 서사를 잇는 건 음악 정도다. 총체적 허술함에 영화는 무너져도 그 와중에 주연 배우들의 비주얼이 ‘열일하는’ 전형적인 하이틴로맨스의 영상 버전이다. 

웬만하면 볼거리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고 할 수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허술한 완성도가 주는 허탈감은 너무 크다. 애프터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인 <애프터: 너에게 가는 길>이 후반 작업 중이라니, 불현듯 기시감이 든다. 안 보면 끝을 못 맺은 기분이고 보면 실망할 것 같은 이 기시감은 2편을 본 후 3편을 기다리던 때의 바로 그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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