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사천의 마을 숲 ②

코로나19로 새삼 깨닫는 것이 숲의 소중함이다. 특히나 마을 숲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늘 사람들 곁에 있어서 삶의 희로애락이 짙게 밴 곳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사천의 마을 숲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 편집자-

‘홀곡 숲’은 와룡산에서 홀곡마을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형성된 자연숲이다. 조성된지 200년쯤 된 홀곡 숲은 위로는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아래로는 계곡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홀곡 숲’은 와룡산에서 홀곡마을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형성된 자연숲이다. 조성된지 200년쯤 된 홀곡 숲은 위로는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아래로는 계곡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뉴스사천= 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홀곡 숲’은 사천시 이홀동 홀곡마을에 위치한 숲으로 고성군과 인접하고 있다. 와룡산에서 홀곡마을로 흘러내리는 계곡을 따라 형성된 자연숲이다. 숲을 따라 사람들이 하나둘 들어와 터를 잡기 시작하면서 마을이 만들어졌다.

집들은 평지가 아닌 산 입구 오르막에 자리 잡고 있다. 숲에는 느티나무, 팽나무, 서어나무 등 30그루 정도의 나무가 계곡 따라 길게 늘어져 면적은 꽤 넓은 편이다. 키 큰 나무들이 많아 숲이 울창하다. 큰 나무들의 수령(樹齡)은 약 150~200년 정도라는 기록이 있다. 곳곳에 병이 들어 죽은 나무와 죽어가고 있는 나무도 보인다.

숲 가운데는 상부가 약간 무너진 상태의 서낭당이 있고, 양쪽 숲을 연결하는 작은 다리가 계곡을 가로질러 놓여 있다. 숲을 따라 올라가면 와룡산으로 연결된다.

와룡산 아래에 있는 홀곡마을은 3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작은 마을이다. 저 멀리 향촌 앞바다가 보인다. 젊은이들은 도시로 나가고 마을에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오순도순 서로 도와 가며 살고 있다. 조성된 지가 200년쯤 된 홀곡마을 숲은 위로는 키 큰 나무들이 하늘을 가리고 아래로는 계곡이 있어 운치를 더한다. 평소에는 물이 말라 있다가 비 내리는 날이면 계곡물 소리가 숲을 깨운다. 여름 장마철이면 계곡물은 무섭게 흘러내린다. 

마을길 확장 사업과 사유지 등의 문제로 숲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홀곡 숲은 여전히 홀곡마을과 함께하며 어우러지고 있다.
마을길 확장 사업과 사유지 등의 문제로 숲의 규모는 작아졌지만, 홀곡 숲은 여전히 홀곡마을과 함께하며 어우러지고 있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예전에는 훨씬 더 많은 나무가 숲을 이뤘다고 한다. 그러다가 마을길 확장 사업을 하면서 나무가 한차례 베어졌다. 사유지가 많아서 집을 지으면서 주차장을 만들거나 정원을 만들기 위해 나무는 또 베어졌다.

숲을 지나 위로 조금만 올라가면 선암사란 절이 있다. 외부에서 절을 찾거나 와룡산 등반을 위해 사람들이 숲을 지나 올라가면서 곳곳에 비치된 의자에 앉아 잠시 쉬어가기에 안성맞춤이다.

숲 중앙에 있는 서낭당을 온통 담쟁이덩굴이 칭칭 감고 있다. 덩굴이 서낭당을 무너지지 않게 품고 있는 듯하다. 매년 정월대보름이면 서낭당에서 제사를 지낸다. 서낭당 위에 포개진 큰 돌은 마을의 안녕과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올려놓았다고 한다.

숲에는 사람들과 가장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자람터가 까다롭지 않은 느티나무와, 남해 바닷바람에도 겁 없이 맞서는 팽나무가 있어 더욱 친근하다. 또한 회색빛 매끈한 표면에 의외의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줄기를 자랑하는 서어나무는 마치 숲 전체를 관장하는 양 우뚝 서 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덩굴성 나무들이 실타래처럼 엉켜 있는 모습은 흡사 원시림 같다. 세월이 빚은 자연 그대로의 숲이다. 대를 이어 살아온 사람들도, 들어와 새 터전을 마련한 사람들도 한마음으로 소망하는 것이 있다. 계속 보존하여 숲과 벗하는 삶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는 것. 이제 ‘홀곡 숲’은 멀고 낯선 곳에서 찾아오는 사람들에게도 기꺼이 품을 내어줄 준비가 되어 있다.

 

 

※ 이 글은 사천시 녹지공원과 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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