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지역화폐로 골목상권 살리기, 그 가능성을 찾아서 ③

지자체 아닌 민간에서 발행…마포구 200여 가게 상생 
공동체 화폐 발행 경험이 공동체은행 설립으로 이어져  
“할인 인센티브만으론 안 돼…공동체 구성원 의지 중요” 

지난해 코로나19로 지역화폐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전국의 95%에 해당되는 232곳의 지자체가 지역화폐를 발행해 지역공동체 활성화와 지역 상권 살리려 하고 있다. 아쉽게도 아직 사천은 지역화폐 발행 계획이 없이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전국적인 흐름과 타 지역 상황을 살펴 사천지역 지역화폐 발행과 관련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편집자- 

마포 경제공동체 모아는 공동체가게 이용권 ‘모아’를 발행하고 있다. 사진은 모바일 모아앱을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마포 경제공동체 모아는 공동체가게 이용권 ‘모아’를 발행하고 있다. 사진은 모바일 모아앱을 이용해 결제하는 모습.

[뉴스사천=강무성 기자] 최근 몇 년 사이 전국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할인쿠폰 방식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크게 늘리면서 일반 국민들 사이에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이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 하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이 지역화폐의 전부는 아니다. 그 이전에 민간 차원에서 발행하던 ‘공동체 화폐’ 시도가 있었다. 1990년 후반부터 일부 지역에서는 이웃간 품앗이로 노동과 재능을 교환하고, 소규모 공동체 활성화를 모색하는 레츠(Local Exchange and Trading System·LETS) 방식의 지역화폐 활성화를 모색했다. 이러한 공동체 화폐의 가장 큰 약점은 현금과 교환이 가능한 태환 화폐가 아니라는 것. 레츠 방식의 공동체 화폐는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에 밀려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공동체에서 발행하는 ‘공동체 화폐’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시 마포구 경제공동체 모아에서 발행하는 공동체 가게 이용권 ‘모아’가 있다. 

마포 지역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던 단체와 정당, 활동가, 예술인, 주민들은 2015년 12월게 지역화폐 발행에 뜻을 모으고 마포공동체경제네트워크(마포경제공동체 모아)를 창립했다. 이 단체는 공동체 화폐 모아를 발행 유통, 관리하고 있다. 

앞서 망원시장 상인들과 활동가들은 2012년 합정동 대형유통매장 입점 반대 투쟁을 하면서 연대와 공동체 가치를 깨달았다. 당시 투쟁의 성과로 대형유통매장 입점 품목 제한과 의무휴업일 지정, 상인과 주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인 카페M도 생겼다. 힘들게 마련한 커뮤니니티 공간이 한때 운영 위기의 순간을 맞기도 했다. 활동가와 주민들은 좋은 협동조합, 가게, 공간 등의 운영이 지속가능하게 활성화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 이러한 시도는 좋은 소비 운동으로 발전했다. 

지역화폐 모아가 사용가능한 가게는 ‘공동체 가게’로 불린다. 처음 3곳에 불과하던 공동체 가게는 몇 년 사이 200여 곳으로 늘었다. 다수의 망원시장 점포들도 공동체 가게에 동참했다. 1만 모아는 1만 원의 가치를 지닌다. 

2015년 연말 600만 원 상당의 모아가 발행됐고, 2017년부터는 1년에 2억에서 2억5000만 원 상당의 모아가 발행되고 있다. 그만큼의 지역화폐가 지역 공동체가게에서 유통되고 있다는 것. 현재까지 약 10억 원 상당이 발행돼 지역에서 유통되고 있다. 발행되는 모아의 절반 정도는 지역주민들이 약정 소비를 하면서 지역화폐 유통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들은 월 10만 원, 20만 원, 30만 원 정도를 지역화폐 모아로 교환해 쓰겠다고 약정했다. 이렇게 교환된 공동체 모아는 한 달 평균 2000만 원 상당이 마포구 내에서 사용되고 있다. 

화폐 발행과 유통에 쓰이는 운영비는 어떻게 충당하고 있을까. 마포경제공동체에 따르면, 상인들은 지역 화폐를 현금으로 교환할 때 형편에 따라 0~5%의 지역 발전 기금을 자율적으로 낸다. 일종의 카드 수수료 대신 공동체 기금에 자율적으로 출연하는 것. 이렇게 모아진 돈이 지역화폐 발행과 운영비로 쓰인다. 일부 모아 화폐 이용자들도 화폐 교환시 할인되는 금액을 기부해 공동체 화폐 운영에 힘을 보탰다. 마포 경제공동체는 홍보물 등을 꾸준히 발행해 지역의 좋은 가게들을 홍보하고 있다. 

종이로 발행된 마포 공동체가게 이용권 모아.
종이로 발행된 마포 공동체가게 이용권 모아.

모아는 처음에는 종이화폐로만 발행했으나, 최근에는 모바일앱에서 사용가능한 모바일 화폐로 진화했다. 마포 경제공동체는 지역화폐 발행의 경험을 토대로 공동체 은행도 설립했다. 적은 이자로 공동체 회원들에게 대출을 해주며, 공동체 화폐의 경우 무이자 대출도 진행하고 있다. 

윤성일 마포 경제공동체 모아 상임대표는 “공동체 화폐 모아는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상품권이 아니다. 좋은 가게를 인정하고 이용해서 관계를 맺는 수단이다. 지역에는 좋은 가게가 많다. 그곳을 알리고, 소비를 돕는 좋은 소비 운동의 일종”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자체에서 발행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은 할인 인센티브를 내세우며 발행을 하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금이 줄어들면 발행액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지역화폐의 가치는 할인 인센티브가 아니라 공동체 유지와 활성화에 있다. 인센티브 없이도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마포 모아 사례처럼 공동체 가치를 강조하는 지역화폐 발행은 일부 지자체에서도 시도되고 있다. 서울시 노원구는 2018년 2월 1일부터 지역화폐 노원(NW)을 발행하고 있다. 1NW은 현금 1원에 해당된다. 노원구에서 자원봉사를 하면 1시간 당 700NW이 적립된다. 기부를 하면 기부금액의 10%가 적립된다. 가입 가맹점은 5~20% 자율적으로 지역화폐 사용 기준을 정할 수 있다. 가맹점의 기준율이 10%면 전체 금액 중 10%는 지역화폐로, 나머지 90%는 원화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자원봉사와 기부를 지역화폐와 결합한 사례지만, 민간 영역의 활성화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까지 2억2000만 NW가 발행됐으나, 상당 부분은 사업 초기인 2018년께 발행됐다. 3년이 지난 지금 290개 가맹점이 있으나, 민간 가맹점에서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 민간가맹점 입장에서는 받은 NW을 현금화할 수 없기 때문. 사업 초기에도 NW은 주로 문화센터 등 공공가맹점에서 쓰였다. 

노원구 지역화폐 담당자는 “현재는 문화센터 자치 프로그램 등 공공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입장에서는 큰 이익이 없기 때문에 꺼려하는 상황이다. 자체적으로 지역화폐 활성화 용역을 하는 등 대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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