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 도시인의 휴식처, ‘솔향 가득’ 두량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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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도시인의 휴식처, ‘솔향 가득’ 두량숲
  • 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 승인 2021.11.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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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사천의 마을 숲 ④

코로나19로 새삼 깨닫는 것이 숲의 소중함이다. 특히나 마을 숲은 역사가 깊으면서도 늘 사람들 곁에 있어서 삶의 희로애락이 짙게 밴 곳이다. 숲 해설가와 함께 사천의 마을 숲과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 나선다.   - 편집자-

두량숲은 두량 저수지를 만들 때 조성한 소나무 숲이다. 정자와 놀이시설 따위를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로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두량숲은 두량 저수지를 만들 때 조성한 소나무 숲이다. 정자와 놀이시설 따위를 갖추고 있어 가족 단위로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뉴스사천=박남희 시민기자/숲 해설가] 사천읍 두량리에 소나무가 군락을 이룬 숲이 있다. 입구 안내판에는 ‘두량 생활 환경 숲’이라 적혀있다. 읍의 바깥쪽에 있어 찾는 이가 많지 않은 숲이지만, 놀이시설, 각종 의자, 정자, 수도시설까지 갖추고 있어 주말에 가족 단위로 찾아오면 족히 반나절은 놀고 갈 수 있는 곳이다.

키 큰 소나무 백여 그루가 빽빽이 둘러싼 사천의 송림(松林)이다. 사계절 푸르른 소나무 숲 아래 흙길이 넓게 펼쳐져 있고, 그 위로 솔가지와 솔방울이 수북이 쌓여 있어, 이곳을 거닐 때면 푹신한 매트 위를 걷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약한 오르막 흙길과 수목터널은 가벼운 산책길로 충분하다. 숲 옆으로 난 길을 따라서는 산수유, 매화나무, 홍가시나무가 있다. 봄에 화려하게 꽃을 피우는 나무들과 어우러져 단조로운 송림을 다채롭게 만든다. 숲속 그네 의자에 나란히 앉아 두량저수지를 바라보는 이의 뒷모습이 평온하기 그지없다.

두량숲은 언제 만들어졌을까? 일제 강점기에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두량저수지를 만들면서 같이 조성했다고 전한다. 두량저수지는 사천 두량과 진주 정촌의 경계에 있다. 두량숲 옆으로는 저수지 둘레길이 있고, 저수지 제방 배수문까지 길은 이어진다.

배수문 앞에는 ‘남주제준공기념비(南州堤竣工記念碑)’라는 글귀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비석에는 두량저수지 조성과 관련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비석의 ‘남주(南州)’는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올라간 조선총독부 중추원 참의까지 지낸 사천의 대표적인 친일인사 최연국(1886~1951)의 호다. 비석 옆면에는 ‘기공 소화(昭和) 6년 8월 18일’, ‘준공 소화(昭和) 7년 5월 20일’, ‘공사 감독대행 조선토지개량주식회사’라고 적혀 있다. 소화 6년이면 1931년이다. 이때 공사를 시작하여, 1932년(소화 7년)에 저수지를 완성한 셈이다. 공사를 시작하고 1년이 채 안 되어 끝을 봤다면, 마을 사람들의 노고가 얼마나 많았을까.

조선토지개량주식회사는 조선총독부가 1926년부터 시작한 제2차 산미 증식 계획기에 토지개량사업을 수행한 대행 기관이다. 그러니 일제가 조선 농민을 위해, 두량마을 사람들을 위해 저수지를 만들었을 리는 없다. 식민지 땅에서 더 많은 쌀을 생산해 일본으로 가져가려 했고, 이를 위해 전국 여러 곳에 저수지를 만들었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중 한 곳이 두량저수지이고, 그 일에 남주 최연국이 앞장섰음을 알 수 있다.

숲 바닥에는 솔잎과 솔방울이 수북이 쌓여 진한 솔향과 푹신함을 함께 준다.
숲 바닥에는 솔잎과 솔방울이 수북이 쌓여 진한 솔향과 푹신함을 함께 준다.

두량숲의 소나무는 모양새로 보아 수령(樹齡)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 1930년대에 조성되었다면 기껏해야 100년 전후다. 소나무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이며, 한반도 역사와 함께하는 나무 중에 으뜸인 ‘수리’, 즉 ‘솔’ 나무이다. 한 사람의 탄생을 알리는 금줄에 솔가지가 끼워지고, 소나무로 지은 집에서 살며, 소나무로 군불을 지핀다. 송홧가루로 다식을, 명절엔 송편을 만들어 먹고, 소나무가 그려진 병풍을 치고 잠을 청한다. 뒷동산 소나무 숲에서 잘 쉬다가 한 생이 끝나면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영원한 휴식에 든다.

또한 초근목피(草根木皮)라는 말이 있다. 풀뿌리의 대표는 칡이며, 나무껍질의 대표는 소나무이다.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소나무껍질을 벗겨 먹은 게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는 말은 소나무껍질을 먹고 소화를 잘 시키지 못하여 변비가 생기는 현상에서 온 말이다.

먹거리, 땔감, 건축재료, 관재 등 우리의 삶 가까이 있는 소나무는 햇빛만 풍족하면 땅이 좀 척박해도 그곳이 어디든 잘 자란다. 두량숲의 소나무도 마찬가지다. 솔향 가득 담고, 그늘 넓게 드리우고, 사람들에게 사계절 쉼터와 자연물 놀잇감을 아낌없이 제공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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