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권 사천시니어클럽 관장

김종권 사천시니어클럽 관장.
김종권 사천시니어클럽 관장.

[뉴스사천=김종권 사천시니어클럽 관장] 이른 아침에 동네를 청소하는 사람. 얼핏 환경미화원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이 분들은 대부분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이다. ‘노인일자리사업’이란 명칭 때문에 마치 이 분들이 급여를 받고 일을 하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이 분들은 자원봉사자로 구분된다.

정식 명칭은 ‘노인 일자리 및 사회활동 지원사업’이며, 크게 일자리사업과 사회활동사업으로 나눠진다. 실버카페나 공동작업장 등에서 일하는 일부 일자리사업을 제외하면 대부분 자원봉사 성격이다. 이런 사회활동사업은 노인들이 일반적으로 겪고 있는 네 가지 어려움인 빈곤, 질병, 외로움,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시작됐다. 어르신들을 지역사회에 필요한 활동에 참여시켜 사회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한 목적이다.

그럼에도 이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을 때가 많다. ‘어르신들이 일을 하지 않는다’, ‘비싼 세금을 들여 노인들에게 쓸데없는 일을 시킨다’ 등의 민원전화가 수시로 걸려온다. 사업 참여 어르신들과 관련 기관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민원은 줄어들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분들이 노인의 지역사회 활동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70세 노인 ‘벤’의 이야기를 다룬 ‘인턴’이란 영화가 있다. 벤은 전문직업인으로 오랜 경력을 쌓아오다 은퇴한 후 조그만 회사의 인턴으로 들어가게 된다. 벤은 70대 노인이지만 회사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많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었다. 영화는 그가 인턴으로 근무하며 회사와 주변 인물이 성장하는데 큰 도움을 주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는 젊은 사람들이 꿈꾸는 미래의 우리 모습이자 현 시대의 노인에게 바라는 상(想)이 아닐까 싶다.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는 노인은 스마트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 분들이 사회에서 소외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 분들에게도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인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다. 우리는 더불어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지향한다. 노인들도 젊은 날 열심히 일을 하면서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살아왔는데, 단지 세월이 흘러 늙었다고 해서 지역사회에서 배척당하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어르신들이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면서 건강을 유지하고 경제적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때 지역사회가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자. 사천시에 약 2000여 명의 어르신이 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는 사천시 노인 열 명 중 한 명이 노인일자리사업에 참여하고 있다는 말이다. 그 분들이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줍고, 길가에 꽃을 피우며, 비어 있는 땅에 농작물을 심어 땅을 숨 쉬게 하고, 아이들의 교통안전과 급식을 돕고, 우리사회 곳곳에서 우리 모두가 더불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 분들의 모습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보일 때, 우리 사회의 인권은 한층 더 성숙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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