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미정 사천인권영화제 추진위원장

강미정 사천인권영화제 추진위원장.
강미정 사천인권영화제 추진위원장.

“2년 가까이 코로나19의 긴 터널을 지나오면서 우리 사회의 어둠이 많이 짙어졌어요. 이번 영화제는 우리사회의 어둠과 소외 받은 사회적 약자를  다시 바라보자는 바람을 담았는데요. 인권영화제에서 영사기의 밝은 빛처럼 우리네 삶을 비춰 보고 인권에 대해 생각했으면 합니다.” 

[뉴스사천=김상엽 기자] 사천인권영화제가 올해로 5회째를 맞이했다.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일수록 소외된 인권이 더욱 외면받기 쉽다고 말한 강미정 추진위원장(사천YWCA회장). 강 위원장은 “사천인권영화제를 통해 우리 모두 따뜻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영화제를 소개했다.
다음은 강미정 위원장과의 인터뷰 내용이다.

사천인권영화제가 올해로 5회째를 맞았습니다.
=5년 전에 영화 2편으로 여성인권영화제를 시작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5회를 맞았다고 하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사천에서 인권영화를 어떻게 상영할까 하는 걱정과 기대로 시작했지만 한해 한해 발전해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자랑스러운 마음이 가득합니다. 

그동안 상담소에서 주최를 해오다가 올해는 사천YWCA가 맡았는데요.
=처음 여성인권영화제를 기획할 때에는 ‘여성’과 ‘인권’이 주제였기 때문에 사천YWCA의 부설기관이었던 통합상담소가 주관하여 단단하게 기반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작년 4회 때부터는 여성인권 뿐 아니라 소외되고 보호받지 못하는 다양한 인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다양한 주제를 다룰 수 있는 사천인권영화제로 확대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코로나19의 확대로 작년에는 자동차극장을 끝으로 본 영화제는 결국 취소가 되었지요. 1년을 준비한 영화제를 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며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 기획을 할까 치열한 고민의 시간을 가졌고,  주제의 다양성을 위해 모 법인인 사천YWCA가 맡기로 결정했습니다. 4회까지 통합상담소가 사천인권영화제의 반석을 마련해 주었다면 법인은 그 위에 좋은 집을 짓기 위한 5회 영화제를 시작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제를 계속해오며 인상 깊었던 일이 있었을까요?
=단연 작년에 열렸던 자동차 극장이었습니다. 지역에서는 자동차 극장을 처음 보는 사람들도 많아 관심을 많이 받았었는데요, 저도 시원한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야외극장에서 좋은 영화를 감상했었던 기억이 많이 남습니다. 인권영화제가 지역의 문화 유행을 이끌어 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라고 생각됩니다.

올해 영화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올해 영화제는 사천시에서 양성평등기금을 지원받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영화제 규모는 줄었지만 상영되는 영화와 인권에 접근하는 영화제의 질은 한층 더 깊어졌다고 생각하는데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하하하)

이번 영화제 슬로건이 ‘비춰, 보다’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비춰, 보다라는 슬로건은 여러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빛을 비춰보는 것, 비춰서 어두운 곳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우리의 경험을 비추어 본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빛은 영사기에서 나오는 빛이기도 하고, 인권영화제라는 행사의 취지에서 나오는 빛이기도 하며 힘든 누군가에게 가지는 우리의 관심에서 나오는 빛이기도 합니다. 이 빛으로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살펴보자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다른 의미로는 자신의 경험에만 비추어 외면하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자는 뜻입니다. 영사기를 통해 외면된 어둠, 소외 받은 세상을 다시 바라보자는 의도가 담겨있는데요, 사천YWCA가 새롭게 이어가는 이번 사천인권영화제의 기획의도가 잘 나타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부대행사에서 초점을 둔 부분은 어떤 것인가요?
=이번에도 코로나19 영향으로 특별전은 없고 대신 부대행사로 세계인권선언문 따라쓰기가 계획되어 있습니다. 영화제 기간이 12월 9일부터 11일까지인 것과도 관계가 있는데요, 12월 10일이 73번째 세계인권선언의 날입니다. 영화제를 통해 좁게는 가족부터, 넓게는 인류까지 모든 사회구성원이 평등하고 존엄하다는 선언문을 따라 쓰면서 현재 우리의 인권에 대해서도 한번 생각해보는 체험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인스타그램 팔로우 이벤트도 하고 있으니 많은 참여도 부탁드립니다.

꼭 봐야할 영화를 추천한다면요? 
=어느 영화를 보셔도 후회하시지 않으리라 생각하지만, 꼭 추천하라고 하신다면, 개막작인 ‘미안해요 리키’와 GV가 있는 ‘안녕, 투이’를 꼽고 싶습니다.

<안녕투이>는 국제결혼과 이주여성에 대한 혐오를 잘 담아내고 있음에도, 범죄 스릴러의 방식을 택했기 때문에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갔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영화관을 찾아주시면 좋겠고 특히 뉴스사천 하병주 대표님이 모더레이터로 김재환 감독과의 대화를 진행하는 시간도 있으니 기대가 됩니다. 

개막작으로 선택한 <미안해요 리키>의 켄로치 감독은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 잘 보여줬듯이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영역을 세심한 연출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의 신작 <미안해요 리키>는 최소한의 복지마저 무너진 사회를 묘사하기 위해 ‘인간의 생리적 욕구’를 적절히 활용했습니다. 배달원은 화장실에 갈 시간이 없고, 노인들은 혼자 화장실에 갈 수 없으며, 아이는 가난의 무거운 공기에 짓눌려 바지를 적시게 되지요. 우리나라에서도 살인적인 스케쥴로 버스 기사가 고통받는 경우를 흔하게 접할 수 있는데, 인권의 붕괴는 곧 시스템 전체의 붕괴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 영화가 더욱 의미 있는 것 같아 추천합니다.

영화제도 영화제지만 시민단체로서 인권에 대한 고민도 깊을 것 같습니다. 
=인권이 침해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바로 차별과 혐오입니다. 인권 향상을 위한 첫 발걸음은 이런 차별과 인권침해에 관심을 두고 서서히 없애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다행히 우리 사회는 점점 인권을 존중하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천은 아직 심한 인권침해의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에요. 지역사회에 평등한 문화와 인식이 자리잡힌다면, 우리 지역의 인권 수준도 더욱 향상될 수 있을 것입니다.

시민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신다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엔 소외된 인권이 더욱 외면받기 쉽습니다. 우리의 슬로건인 <비춰,보다> 처럼 이런 부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고, 영화제를 통해 우리 모두 따뜻한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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