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김상엽 기자] 제5회 사천인권영화제에서 가장 눈길을 끈 대목은 영화감독 또는 인권 활동가와 관객의 만남이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인권 문제에 더 깊이 생각해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10일에는 다문화·이주여성의 인권과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 <안녕, 투이>가 소재였다. 영화를 만든 김재한 감독이 직접 나와 장면, 장면에 담긴 뜻과 제작과정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진행은 하병주 뉴스사천 발행인이 맡았다. 11일에는 아동·청소년 대상 디지털 성범죄를 다룬 영화 <#위왓치유>를 주제로 인권 활동가와 관객이 이야기를 나눴다. 서은경 사천YWCA 가정폭력·성폭력통합상담소장의 진행으로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이 관객의 궁금증을 풀어줬다.   

김재한 감독.

“우리 주변에 수많은 ‘투이’가 존재한다”

감독과의 만남: <안녕, 투이>의 김재한 감독

이 영화를 만든 계기가 있었나요?
= 영화를 만들 당시에는 항상 다문화가정, 국제결혼이 안정화됐고 ‘옛날과 다르다’, ‘이제는 잘살고 있다’라는 말만 반복하는 TV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는 세상은 달랐어요. 나도 다른 매체처럼 똑같은 이야기만 하면 누가 볼 건가 싶어서 이주 여성과 결혼하는 남편들의 환경을 생각해봤습니다. 무언가 장애나 결핍이 있더라고요. 그것에 초점을 맞춰 <안녕, 투이>를 만들게 됐습니다.

굳이 베트남 여성을 주인공으로 삼은 이유는?
=주인공이 한국 사람처럼은 안 보여야 했죠(웃음). 영화를 제작할 당시의 통계로 국내에 베트남 국적의 이주여성이 가장 많았습니다. 평균 연령이 20~22세였죠. 그래서 한국에 온 지 3년 된 23세의 투이로 설정했습니다.

영화를 제작하던 2012년과 지금,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환경적으로는 조금 나아졌다고 생각하는데,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봅니다. 그런데 ‘투이’라는 주인공 자리에 다른 어떠한 소외계층을 넣어도 크게 다르지 않은 세상입니다. 여전히 제 주변에는 이주 여성, 노동자, 저소득가정, 노인 문제가 존재합니다.

이주 여성의 문제 말고도 다른 이야기가 영화에 많던데?
= 그래서 ‘너무 많은 주제를 담으려 한 것 같다’ ‘결론이 약하다’ 이런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하지만 영화가 꼭 결론을 내고 끝낼 이유는 없지요.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담더라도, 그 문제를 관객이 보고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좋지 않겠냐고 생각합니다.

영화 제작 시 지역사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요?
= 지역 문화예술 운동의 하나로 영화를 찍었고요. 몇몇 배우 분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지역민들이 연기를 하고 엑스트라를 했습니다. 음식, 차량 등 여러 지원과 제작비 후원도 있었고요. 이런 걸 ‘사회적 제작 시스템’이라고 합니다. 지금도 지역민들에게 고마운 마음입니다.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성범죄 줄이려면 성인지감수성 키워야”

인권활동가와의 만남: <#위왓치유>와 ‘디지털 성범죄’,  정윤정 진주성폭력피해상담소장

경각심을 주기 위해서라지만 너무 자극적인 소재가 아니었나?
= 그렇게 볼 수도 있겠지만, 아동·청소년 대상의 디지털 성범죄의 실상을 가장 잘 보여줬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식으로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는지의 과정을 보여주지 않으면 어른들은 아이들을 탓하게 됩니다. 어떤 환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고 아이들에게 환경과 대응법에 관한 교육을 해야 합니다.

디지털 성범죄의 근본적인 해결법은 무엇일까요?
= ‘성 인지 감수성’입니다. 우리나라는 OECD 34개국 중 성인지감수성 순위가 33위입니다. 이것이 올라가야 성범죄를 저지를 범죄자도, 피해자도 줄어들게 될 것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 교육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우리가 할 수 있는 교육은 범죄, 가해를 예방하는 것입니다. ‘남의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를 가르쳐야 합니다. 무엇이 범죄인지 깨닫게 하고, 범죄를 저지르면 안 된다는 인식이 자리 잡도록 끊임없이 알려줘야 합니다. 혹시라도 주위에 피해자가 있다면 전문 상담을 받는 게 좋습니다.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처벌은 어떻게 되나요?
= 우리나라는 음주운전이나 성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 원칙을 가지고 있는데요. 디지털 세계로 가면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n번방 사건’ 이후에 처벌 수위가 높아지기는 했지만 아직은 어려운 상태입니다. 수사 의지나 기술의 한계도 있고요. 하지만 사회적 합의를 통해 앞으로는 충분히 수사, 처벌을 강화할 수 있을 것입니다.

디지털 성범죄 예방을 위해 부모는 자녀와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 ‘성평등’을 강조해야 합니다. 성평등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사회활동이나 집안일, 돌봄노동에서 평등하게 나누는 것, 명절에 양가 모두에 찾아가는 것 등이 있겠죠. 성을 기반으로 한 폭력을 예방하는 방법은 성평등입니다. 조금 어렵죠? 하지만 성평등이 원래 어렵습니다. 우리가 모두 공부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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