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2018년 10월, 10대 청년 돌튼 셰퍼는 미국 미시간주 배틀 크릭에 있는 ‘스티브스 피자’ 가게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뜻밖의 전화 한 통을 받고는 배달에 나섭니다. 가게로부터 무려 362km나 떨어졌으며 차를 몰고 3시간 30분이나 달려야 햐는 곳이었습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모건 부부는 25년 전 배틀 크릭에서 신혼살림을 꾸렸습니다. 주급을 받는 날 피자를 사 먹는 일은 그들에겐 커다란 행복이었습니다. 이후 부부는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살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아내 줄리 모건은 말기 암 환자였습니다. 최고의 맛으로 기억하는 ‘스티브스 피자’가 먹고 싶었던 줄리의 애틋한 사연을 전해들은 청년은 주저하지 않고 그 소망을 이뤄 주기 위해 먼 길을 떠났던 것입니다.

피자를 받고 감동의 눈물을 흘린 리치 모건과 줄리 모건 부부에게 돌튼 셰퍼는 말했습니다. “이런 일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2021년 8월 인천. 생일을 맞은 일곱 살 딸이 피자를 먹고 싶다고 아빠에게 말했습니다. 코로나19로 실직하고 형편이 어려워진 아빠에겐 통장에 남은 몇백 원이 전부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이웃 피자 가게 주인에게 딸의 사정과 함께 나중에 피자값을 갚겠다 말하고는 피자를 부탁했습니다. 30대 주인 황진성도 빚 갚으랴 가게를 꾸려가기에 벅찬 처지였습니다. 그럼에도 ‘부담 갖지 마시고 !!! 또, 따님이 피자 먹고 싶다고 하면 연락주세용♡♡’이라는 글과 함께 피자와 치즈볼을 보냅니다.

내막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이 가게가 ‘돈쭐’(‘돈+혼쭐’의 합성어. 각박한 생활 속에서 타인에게 본보기가 되는 선행을 한 가게의 물건을 사서 도와주자는 긍정의 뜻으로 씀)이 나도록 만듭니다. 그때부터 주문이 엄청나게 폭주했으며 한편으론 조건없이 기부를 하거나 대신 선행에 보태어 달라며 전국에서 돈을 보냈습니다. 여기에 멈추지 않고 이 돈은 또 다른 기부에 기부로 이어집니다.

착하고 예쁜 이야기가 답답한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줍니다. 어디 이 사연만이 전부이겠습니까. 가려진, 숨긴, 묻힌,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아름다운 일화들이 주위에 흩어져 있습니다. 당장은 힘들어도 따뜻한 마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미담이 많음을 우리는 모르면서도 압니다. 깊은 시련이 몰아쳐도 희망의 끈을 절대 놓을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나약해 보이는 촛불일지라도 포기할 수 없는 근거 또한 분명합니다.

대화를 나누어 보면 사람들은 찬란하고 위대한 것보다는 작고 하찮은 보잘 것 없는 것에 더 큰 감명을 받습니다. 물 한 잔, 말 한 마디, 내미는 손의 온기만으로도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작은 관심과 사랑에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을 뜨겁게 쏟습니다. 우리가 꿈꾸며 바라는 삶의 모습입니다.

‘작은 착함’이 크진 않아도 잔잔히 울리고 오래 울리고 깊이 울립니다. 작지만 이런 울림이 누구에게서나 퍼져 나온다면 온 누리가 얼마나 환해질까요. 모두가 덩실 춤추며 살맛이 쏟아질 겁니다.

착하게 곱게 사는 일은 특별한 사람만의 얘기가 아닙니다. 모두가 주연이 될 수 있습니다. 삶의 선善한 운율 韻律이 힘을 얻어 온화한 파문을 일으키며 보편적인 영역으로 번지길 고대합니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