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한 해 동안 무병장수를 위하여 정초에 마시는 술이 세주(歲酒)다. 이 술을 마시면 괴질(怪疾)을 물리치고 사기(邪氣)를 없애며 오래 살 수 있다고 한다. 또한 세주를 마심으로써 지금까지의 묵은 것을 폐기하고 신성한 새해(시작)의 열림을 의미하는데, 데우지 않고 찬술을 그대로 마신다는 게 특징이다.

이렇게 우리네 조상님들은 절기에 따라 즐겨 빚어 마시는 술, 즉 절기주(節氣酒)가 있었다. 마침 지금이 한 해의 시작인 만큼 이번엔 절기주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먼저 정월대보름에는 ‘이명주(耳明酒)’를 마신다. 일명 ‘귀밝이술’이다. 보름날 맑은 술(淸酒)을 가족과 함께 마시면 1년 내내 귓병이 없고, 귀가 밝아진다고 하여 마시는 술이다. 여기엔 ‘농경(農耕)이 가까워짐에 따라 농사일에 필요한 정보에 밝아야 풍년을 기약할 수 있다’라고 하는 어른들의 지혜가 담겼다. 정보수집과 사귐을 전제로 한 음주문화다.

다음은 단오에 마시는 ‘창포주’다. 단오는 가장 큰 명절 중 하나로, 조상들은 여러 가지 놀이를 하며 즐겼다. 그중 하나가 잘 익은 ‘부의주(浮蟻酒, 찹쌀동동주)’에 창포 뿌리를 넣어 숙성시킨 ‘창포주’를 마시는 일이다. 창포는 연못이나 호숫가에 자생하는데, 약효와 향기가 뛰어나 악귀와 질병을 쫓을 수 있다고 믿었던 모양이다.

7월은 날씨가 무더워 지치기 쉽고 일의 능률도 떨어지는 때이다. 이 무렵 주인은 일꾼들을 쉬게 하고, 하루를 즐기라는 뜻에서 술 잔치를 벌이는데, 백중절의 ‘머슴놀이’가 그것이다. 주인은 정성껏 빚은 농주(農酒)를 내어오고, 갖가지 안주를 만들어 일꾼들을 위로하고 마음껏 마시고 즐기게 했다.

추석 차례상에는 빠질 수 없는 게 ‘신도주(新稻酒)’다. ‘새 신(新)’에 ‘벼 도(稻)’를 쓰니, 그해 처음 수확한 햅쌀로 빚은 술이라는 뜻이다. 선조들은 1년 농사의 풍요를 가져다준 자연신과 조상신에게 감사의 제사를 올리고, 이웃들과 함께 나눠 마시는 아름다운 풍속을 가꾸어 왔다.

가을을 대표하는 절기주는 바로 ‘국화주(菊花酒)’다. 감국(甘菊)으로 빚은 국화주를 마시면 장수무병(長壽無病) 한다고 믿었다. 방향(芳香)과 국화의 기품이 사기(邪氣)를 물리치고 수명을 연장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렇게 우리네 조상님들은 절기마다 의미를 담은 절기주를 함께하며 무탈하고 풍요롭기를 염원했다.

쉽사리 수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탓에 지쳐 있을 뉴스사천 독자님들께 글로나마 2022년 임인년(壬寅年) 새해맞이 세주(歲酒)를 올린다. 모두 한 해 동안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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