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경관의 피

영화 '경관의 피' 포스터.
영화 '경관의 피'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경찰, 언더커버, 비리, 비밀. 이토록 기시감 충만한 소재들을 데려다가 제대로 논다. <경관의 피>는 다른 무엇보다 캐릭터 응집력이 뛰어난 영화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는 법이라 너무나도 빤한 캐릭터와 소재와 설정과 전개이건만, 그럼에도 충분히 신선하고 충분히 통쾌하며 스타일리쉬하다. 비밀스러운 캐릭터들 사이에서 의심하고 긴장하고 몰입하다 보면 러닝타임은 어느새 중반을 넘어선다. 몰입감이 꽤나 높은 영화다.

서로 다른 신념을 가진 두 경찰이 원칙과 변칙을 정당성을 내세우며 밀착하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상사란 흑백으로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때때로 해답을 찾는 과정에서 불합리한 절차가 개입하는 등의 그늘진 구석이 존재하는 법이다. 안타깝게도 이 모호한 회색지대에 머물면서도 다시 흑백 이분법과 유사한 선택을 해야만 한다.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인물들의 관계를 경쾌한 속도감으로 따라가면서도 영상은 진중하다. 범죄 스릴러를 표방하지만, 액션은 생각보다 적다. 화려한 액션 대신 화면을 채우는 것은 각기 다른 서사를 가진 배우들과 상황들과 입장들이 한 공간에서 부딪치며 뿜어내는 화학반응이다. 두말하면 입 아플 정도로 배우들의 연기가 빈틈이 없는데, ‘쎈’ 역할로 익숙한 조진웅은 이번에도 역시나 쎈 캐릭터이지만 또 다른 새로움을 보여준다. 배우가 가진 본능적이며 성실한 캐릭터 해석력 때문이다. 그는 이번에도 그가 장착하고 나오는 세련된 슈트처럼 캐릭터와 딱 맞아떨어진다.

사운드에 파묻혀 대사가 잘 들리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튼 빤한 소재지만 새해 첫 영화인만큼 잘 됐으면 좋겠다. 상위 1%를 보여주기 위한 배경인 슈퍼카를 보는 재미와 배우들의 슈트핏을 보는 맛도 꽤나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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