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하우스 오브 구찌

'하우스 오브 구찌' 영화 포스터.
'하우스 오브 구찌'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어느 순간부터 개천에서는 더 이상 용이 나지 않고, 현대사회는 이제 재능과 상관없이 모든 것은 태어날 때부터 결정되어 버린다는 ‘수저론’으로 최적화되었다. 그런데 자본주의의 최 정점에 선 영원불멸할 것 같은 재벌가문도 몰락한다. 바로 명품브랜드 ‘구찌’가문의 이야기다. 레전드 연출자 리들리 스콧 감독이 <하우스 오브 구찌>라는 몰락한 구찌의 사연을 들고 왔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그렇겠지만 <하우스 오브 구찌>는 특히나 할 말이 많은 영화다. 어떤 관점에서 이야기를 하든, 단순한 이야깃거리에서 거대 담론까지 그 모든 장르의 대화가 모두 가능할 만큼 복잡다단한 논제를 던진다. 이야기의 중심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될 수도 있고, 이 영화의 분위기를 지배하는 화려한 패션이 될 수도 있고, 자본주의적 욕망에 휘둘리는 인간군상이 될 수도 있다. 또는 살인교사에 이르는 한 여성의 성장과 몰락에 중심을 둘 수도 있다.

광기, 집착, 탐욕 그리고 그 어떤 수사를 붙여도 이 영화를 설명하는 핵심은 구찌 그 자체다.

이 ‘구찌’라는 담론은 현대사회를 지배하면서 이 영화가 그려내는 인간군상을 지배한다. 살인에까지 이르며 몰락하게 되는 그 꿈틀대는 욕망의 이면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거장의 작품치고는 다소 평이한 편이긴 하나 섬세하고도 잔인하게 렌즈를 들이대는 솜씨는 어디 가지 않는다. 할 말 많고 해석이 다양한 영화일수록 연출이 갈피를 못 잡으면 망작으로 가는 법인데 그의 자세는 단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견고하다. 그 스스로 이야기했듯 이 ‘매력적인 가족’의 폐부를 드러내는 솜씨는 치밀하고 냉정하다. 이 잔인하기까지 한 투사를 온 몸으로 드러내는 레이디 가가는 가수임을 잊어도 될 만큼 명품 연기를 선보인다.

막장보다 더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하우스 오브 구찌>는 즐길 거리가 많은 영화다. 눈으로 즐기고 돌아와 영화를 복기하면 또 다른 생각거리가 넘치는 매력적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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