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킹메이커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영화 '킹메이커'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인류의 시작과 함께 한 그야말로 오래된 질문이다. 정답도 없는 이 질문이 정치와 맞물리면 복마전, 마타도어, 험한 말로 개싸움까지 온갖 아름답지 못한 명사들로 줄을 세운다. 특히 수단이라는 단어 앞에는 그 어떤 정의롭고 아름다운 수사를 붙여도 어울리지 않는다.

영화 <킹메이커>는 이 진부함에 대한 질문이다. 목적이 수단을 통제할 수 있을까? 수단이 목적의 방향을 바꿀 수 있을까? 이 복잡하고도 험한 서사의 중심에 두 남자가 있다. 대선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가 편하게 읽히지만은 않는 이유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정치인 ‘김운범’과 선거 전략가 ‘서창대’의 관계가 이 영화의 축이다. 변성현 감독의 전작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두드러졌던 브로맨스는 약해졌지만 관계의 밀도는 여전하다. 끊임없이 파고들며 던지는 질문은 날카로운 연출로 귀결된다. 변성현 감독의 장점이다.

묵직한 주제를 강화하는 것은 연기와 조명, 음악 그리고 눈에 띄게 세련된 연출이다. 조화롭게 차려진 이야기의 끝으로 갈 즈음 ‘개, 돼지’라는 폭언을 뒤집어쓰고서도 정치인들에 게 현혹되는 민심의 본질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한다. 세상을 바꾸기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 김운범처럼 힘없는 백성들도 세상을 바꾸고 싶기 때문 아닐까. 힘없지만 하찮지 않음을 증명하는 수단이 정치인을 선택하는 투표이며, 그 한 표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군상들은 이미 목적의 길을 잃어버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킹메이커>는 기존의 정치영화에 비해 폭력성이 약하며 대신 관계에 집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했지만 실존인물들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보다는 상상의 영역에 조금 더 무게를 싣는다. 한국 현대정치사에 빛과 그림자로 남은 두 인물을 병치하고 그 사이로 끼어드는 상상의 무게와 힘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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