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우리 지역에 이순신길이라는 새길이 생긴 지 좀 된 것 같다. 정확한 이름으로는 사천 이순신바닷길 2코스에 해당할 듯하기도 하고 사천 최초거북선길이라고도 불리는 모양이다. 대체로 우리 지역 사천만 입구를 좀 지난 모충공원에서 선진리성에 이르는 바닷가 길을 이르는데 예부터 있던 길을 넓히고 다듬어 관광도로처럼 새로 꾸몄는데 서서히 길이 만들어지다 요 근년 들어 여러 시설물을 설치하고 길을 예쁘게 꾸며 놓으니 새 명소가 갑자기 들어선 듯하다. 경치도 좋으니 사람들이 꽤 많이 온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의 최초 참전과 전공을 이룬 곳이라고 하여 이순신과 거북선이라는 길 이름이 붙었고, 거북선이 정박했던 곳이라 하여 거북선마을이라 칭하는 마을도 생기고 관련 축제도 연다고 한다. 풍광(風光) 좋은 아름다운 길을 걸으며 나라 위해 싸웠던 옛사람들을 기리는 일을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이 길은 주고 있다. 무지개색으로 바닷길을 치장한 발상도 상큼하고 사진 찍기 좋게 만든 공간들도 여러 곳 있다. 사천만의 정취를 맛볼 수 있게 바다로 벋은 잔교(棧橋)도 놓칠 수 없고 대포항에는 아름다운 여성이 하늘에 떠 있는 것을 형상한 기발한 예술품도 있다. 사람이 모이니 그 편의와 이익을 위한 각종 먹거리를 파는 곳도 많이 들어섰다. 

이곳의 명물(名物)은 아무래도 아름다운 석양(夕陽), 곧 노을이 아닐 수 없다. 이곳 노을은 유난히 붉고 곱다. 우리 지역 실안 노을에 관한 명성이야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같은 사천만 좀 더 깊숙한 이 길에서 보는 노을도 거기에 못지않게 아름답다. 실안 노을은 언덕의 높낮이가 심해 걸으며 감상하기에 다소 불편한 점이 있으나 이곳은 평지를 서너 시간 걸을 수 있는 길이기에 차 없이도 편안히 걸으며 경관을 즐길 수 있는 이점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개인적인 발상이고 순전(純全)한 상상이지만, 이곳의 노을이 유난히 붉은 까닭이 옛날 전쟁터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전쟁이란 사람을 많이 죽일 수밖에 없는 다툼이니, 적이든 아군이든 이곳에서는 많은 사람이 죽었을 것이다. 군인도 죽었고, 전쟁통에 갑작스레 불려 나온 억울한 백성도 죽었을 것이다. 죽은 이들의 피와 염원이 어찌 붉지 않았으랴. 그러니 이곳은 전쟁의 참상을 돌이켜 볼 수 있는 곳이다. 노략질해온 도적을 무찌른 것은 참으로 잘한 일이지만, 죽은 이가 도적뿐이었으랴.

우연히 이 길을 지나며 아름다운 노을길에 취해 변변찮은 시를 쓴 것이 있어 감히 올려본다. 제목은 「거북선길을 걸으며」다. 전문(全文)이다.

“사천만 뱃길 따라
바닷가에 새 길이 생겼다

거북선 정박했던 곳이라고
거북선 마을이란 마을 이름도 생기고
관광을 겸해
옛날 이겼던 전쟁을 기리기 위한 길이라고 하지만

그 옛날 목숨 바친
군사며 백성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어
돌쇠며 쇠돌이 비슷할
그 튼튼했을 사람들의 이름을
이 길을 지나는 길
마음 속에서 불러보았다

늘 역사에 남는 것은 몇 명 지휘관
정작 이곳에 뼈를 묻은 사람은
자취도 없고

사람이 많이 죽은 곳이라선지
저녁놀 유난히 붉은 고운 길에
마음 들뜬 노을나그네
많기도 하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