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가짜 모범생

『가짜 모범생』손현주 저 / 특별한서재 / 2021
『가짜 모범생』손현주 저 / 특별한서재 / 2021

[뉴스사천=박은영 삼천포도서관 사서] 사람들은 ‘교육 학대’에 대해 무감각하다. 가정이나 학교에서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학대는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병폐이기도 하다. 강요에 의한 교육은 아이들을 정신적억압의 상태로 몰고 가 ‘분노 조절 장애’라는 내적 괴물을 만들어 낸다. 아이들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남에도 발견도 하지 못하고 성적이라는 환상에 매몰되어 버린다.

이 책 또한, 공부 성적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전교 1등을 하고 영재 코스만을 밟아온 일란성 쌍둥이 형제가 있다. 이들의 엄마는 결혼 십오 년 만에 마흔이 넘어 낳은 아들들에 대한 온갖 기대와 정성을 유기농 식품과 잘 짜여진 학습코스 등으로 다른 엄마들의 부러움을 샀고 스펙을 위한 아프리카 우물파기 사업에 기부를 하고 친구들과의 우정보다 수학문제 하나를 더 푸는 것이 인생의 앞날을 위해 필요하다 조련을 했다. 마치 책 속에 등장하는 잘 길들여진 가게 앞 짧은 목줄에 자유를 갈망하는 개처럼 중학교 3학년이 되었고 명문고를 입학하기 위한 시기에 사건은 발생한다. 쌍둥이 형인 건휘의 극단적인 선택과 남겨진 동생 선휘가 겪는 혼란과 좌절, 그리고 여전한 엄마의 기대와 늘 해외출장의 길에 있는 아빠의 무관심이 새로 시작 된 고등학교 생활에서도 선휘를 외톨이로 만들어 버린다. 콜라 중독과 가면 우울증, 형이 마지막으로 읽고 있던 헤르만 헤세의 책 [수레바퀴 아래서]에 줄쳐진 문장들을 읽으며 선휘는 [가짜 모범생]이 아닌 진짜 자신을 찾기 위해 방황을 선택한다.

이 책은 ‘너를 위해서’라는 말 뒤에 숨어 보이지 않는 교육 학대의 풍경을 날카롭게 묘사하며 꿈보다 학벌이 중요시되는 부조리한 사회의 모습을 비판한다. 

오늘을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자신의 꿈’이 아닌 ‘타인의 꿈’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실에 방황하는 아이들에게, 아이들을 몰아 부치고 있는 부모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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