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무는 조선업계 임금체불.. ‘보은’ 노동자들도 하소연

강기갑 의원의 중재로 노동부 진주지청 관계자와 조선업체 노동자들이 마주 앉아 체불임금 문제를 의논하고 있다.
밀린 임금을 달라며 제조한 선박블록 납품선적을 막았던 일이 재현될 조짐이다. 이번에는 한진중공업에서 주문을 받아 선박부품을 제조하는 사천제2일반산업단지 안 보은ENG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이 업체 역시 최근 (주)엔스틸 관련 체불임금 논란의 한 가운데 있다. 주문 받은 일은 모두 끝냈지만 엔스틸의 자금난으로 기성처리가 늦어져 노동자들의 임금이 상당부분 밀려 있다.

업체 측에서는 형편이 어려워지자 인력도 상당부분 줄인 상태다. 이 과정에 작업현장을 떠나는 사람들이 혹시나 임금을 못 받지나 않을까 마음을 졸이고 있다.

이들은 일단 사측이 전액 지급을 약속한 1월29일까지는 기다려볼 생각이다. 하지만 그 전에 사측이 제조한 선박부품을 발주업체에 납품하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생각으로 업체현장 주변에서 감시의 눈을 부릅뜨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일에는 강기갑 의원과 노동부 진주지청 강명자 지청장이 현장을 찾아 업체대표와 노동자들을 번갈아 만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강 의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노동자들의 임금은 가장 먼저 해결해줘야 한다”면서 업체대표에게 조속한 해결을 당부했고, 노사양측에 신뢰회복이 필요하다는 주문을 남겼다.

보은 노동자들이 강명자 지청장(왼쪽 여)에게 밀린 임금을 해결해 달라며 하소연하고 있다.

강 지청장도 “사태해결에 진주지청이 적극 나서겠다”면서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노동부에서 나선다고 해도 모든 문제가 술술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상위 업체인 엔스틸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 이 업체를 상대로 취할 수 있는 조치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다만 강 지청장은 노동자들에게 “밀린 임금 지급을 요청하는 진정을 노동부에 공식 제기하라”고 권했다. SPP조선에서 엔스틸에 지급해야 할 기성금이 압류돼 있고, 노동자들 임금 지급이 가장 먼저 이뤄지도록 관련 법에서 정하고 있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3개월 치 임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간담회 이후 보은ENG 노동자 20여 명은 체불임금 지급을 청하는 진정을 넣는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하는 금액은 7000만 원 정도. 그 외 아직 진정을 제기하지 않은 노동자들의 체불임금까지 포함하면 1억 원 남짓이다.

이날 보은ENG 김영필 대표는 “약속한 대로 오는 29일까지 임금 지급이 가능할 것”이라며 노동자들에게 조금 더 기다려 달라고 당부했다.

이보다 앞선 1월 중순에는 엔스틸의 또 다른 하청업체인 (주)벽강조선공업 노동자들이 밀린 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선박블록 납품선적을 8일간 막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보은에서 제조한 선박부품. 보은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을 때까지 이 부품들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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