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영화 포스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대단한 노출 수위의 청불 영화 하나가 웰메이드 파격 멜로의 탄생이라며 ‘<색, 계>보다 치명적이고 <화양연화>보다 아름답다’고 광고하고 있다. 인구에 회자되는 명작 두 편을 끌어온 것도 모자라 깔아뭉개는 시선이라니, 이런 어마무시한 자신감은 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노벨문학상 후보에 거론되곤 하는 중국 옌롄커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출세를 꿈꾸는 한 모범병사(연우진)가 사단장의 취사병으로 복무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사단장이 출장간 사이 사단장 아내의 유혹에 넘어가는데, 부인에게 충성을 다하는 것이 인민에게 복무하는 것이라고 자기 세뇌하다 금기된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이다.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말은 중국 공산당국이 신성시하는 마오쩌뚱의 어록이며, 소설은 마오의 명언을 희화화시켜 사랑타령을 했다는 이유로 출간 즉시 금서로 지정된 바 있다. 반대로 전 세계 22개국에서 출간돼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으니, 공감대 떨어지고 문화적 차이가 느껴지는 소설이 호성적을 거둔 것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기 때문보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어 하는 심리 덕을 봤지 싶다.

문제는 이런 미묘한 갭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는데 있다. 영화는 옌롄커의 원제를 그대로 끌어온 탓에 1970년대 어느 가상의 국가를 만들고 중국의 마오쩌뚱 시대와 북조선의 김일성 시대를 뒤섞어 놨는데, 현대 한국인들에게 극불호에 가까운 두 나라의 이미지가 겹치니 시선은 자연스레 삐뚜름해진다. 

배경은 그렇다 치고 <색, 계>보다 치명적이면서 가슴 아프게, <화양연화>보다 아름다우면서도 애절하게 사랑을 담아 웰메이드를 했는지 따져보자니 그저 분노게이지만 끝까지 차오른다. 이정도면 ‘웰’은 어딘가에 처박아버리고 그저 ‘메이드’만 한 게 아닌가. 인간의 욕망을 담아보려 노력한 것 같으나 딱히 공감되진 않고, 어색한 연기에 오그라드는 손발을 부여잡고 있으려니 러닝타임 2시간 36분이 너무나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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