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N'과 함께] 이달의 인물 : 강태웅 씨

남일대해수욕장에서 수상안전요원으로 일하며 여러 목숨을 구한 강태웅 씨.
남일대해수욕장에서 수상안전요원으로 일하며 여러 목숨을 구한 강태웅 씨.

[뉴스사천] 2021년 9월 21일은 우리나라 최대 명절, 한가위(=추석)였다. 남일대 해수욕장에서 수상레저업을 하는 강태웅 씨는 이날도 성묘를 다녀온 뒤 해수욕장에 들렀다. 가족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해 놓고는 잠시 들른 거였다. 사람들이 얼마나 있나 궁금증도 풀 겸, 제트스키 등 장비가 잘 있나 점검도 할 겸이었다.

해수욕장엔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저 모래밭을 걷거나 노니는 이도 있었지만, 바닷물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는 사람도 제법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강 씨는 여느 때처럼 평화로운 풍경이라 여겼다.

바로 그때, 심상찮은 모습이 눈에 띄었다. 멀리 수영 한계선 가까이에서 어색하고 불규칙한 행동을 하는 3명을 발견한 것이다. ‘사고다!’라는 생각이 머리에 스쳤다. 강 씨는 제트스키를 급히 몰아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이게 어찌 된 일인가. 현장에는 남자아이 1명뿐이었다. 다행히 의식이 있어, 제트스키를 붙잡게 하고는 주변을 살폈다. 그랬더니 수면 아래로 살짝 잠겨 있는 여자아이가 보였다. 강 씨는 아이를 건져 올려 심폐소생술을 진행했다. 그러면서 다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처음 봤을 때 분명 3명이었는데…’ 이런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아서다.

그는 곧 자신의 눈이 틀리지 않았음을 깨달았다. 여자아이를 발견한 곳 근처에서 물에 잠긴 한 남성을 발견한 것이다. 다행히 이 남성은 강 씨의 손길이 미치자 의식을 곧 되찾았다. 숨도 쉬지 않고 맥도 잡히지 않았던 여자아이도 심폐소생술 뒤에 차츰 의식이 돌아왔다. 알고 보니 이들은 아빠와 두 자녀, 한 가족이었다.

여러 공로로 강태웅 씨가 받은 2021 아동안전시민상 상패.
여러 공로로 강태웅 씨가 받은 2021 아동안전시민상 상패.

자칫 ‘한가위의 비극’이 될 뻔한 일을 ‘해피 엔딩’으로 바꿔 놓은 이는 단연코 강태웅(52) 씨다. 그는 이 공로로 지난해 말에 ‘2021 BGF 아동 안전 시민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BGF 그룹과 경찰청이 ‘아동 안전 활동’에 본보기가 된 시민에게 주는 상이다. 그날의 기억을 다시 듣고자 찾아가자, 강 씨는 유난히 쭈뼛거렸다.

“상 받으려고 한 일이 아닌데 인터뷰까지…. 참 부담스럽네요.”

한참을 머뭇거리던 강 씨는 ‘상보다는 안전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라는 설명에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날, 아마 파도에 휩쓸려 나갔던 모양이에요. 그럴 땐 혼자 몸도 힘든 법인데,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아빠가 감당하기 어려웠겠죠. 결국엔 아빠가 물속에서 딸을 떠받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아찔했던 순간인데, 모두 무사해서 다행이었죠. 저야 뭐 늘 하는 일이고, 또 해야 하는 일인데, 나중에 그 아빠께서 찾아와 제 손을 잡고 너무 울어서 제가 민망했습니다. ‘아이들이 트라우마가 있을 수 있으니, 현장을 빨리 떠나는 게 좋겠다’라고 말해 드렸죠.”
 

강 씨가 하는 일은 수상레저업이다. 이와 함께 ‘민간 수상구조대원’이란 이름표도 그를 꼭 따라다닌다. 대학에서 사회체육학과 체육학을 공부한 뒤 이 분야 경험만 20년이 넘는다. 선구동에서 태어나 바닷가에서 놀며 자랐으니, 물에서 하는 놀이를 좋아하는 건 당연한 일이요,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구명도구 사용법을 설명하는 강태웅 씨.
구명도구 사용법을 설명하는 강태웅 씨.

대학 졸업 뒤엔 래프팅 가이드 일부터 시작했다. 수상 인명 구조 요원과 강사 자격증도 땄다. 이어 응급처치 강사 자격, 수상 동력 레저기구 조정 면허, 요트 면허 등을 따면서 수상레저 일의 꿈을 키워 온 그다. 결국 칠팔 년 전쯤, 오래전부터 목표로 삼았던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들어오기에 이르렀다.

자신의 지나온 이력을 읊는 동안 강태웅 씨의 표정에선 격정이 느껴졌다. 어렸을 때부터 품었을 꿈과 그 꿈을 받쳐준 신념과 철학 같은 것이 뒤섞여 다가오는 듯했다. 2년째 견디고 있을 코로나19의 아픔도 녹아 있을 터였다. 

“남일대 해수욕장으로 들어온 이유는 두 가집니다. 하나는, 남일대를 ‘남녘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이라며 말로만 자랑할 게 아니라 거기에 걸맞은 내용을 채워 사람들을 실제로 오게 하고 싶은 마음인 거죠. 다른 하나는, 그 도구로써 수상레저를 활용하고 싶은 겁니다. 남일대는 육지에 둘러싸여 바다가 잔잔한 편이에요. 모래밭도 제법 있어서 수상레저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죠. 레저뿐 아니라 교육하기에도 좋고요. 그래서 꼭 해 보고 싶은 건, 수영장에서 가르치는 생존수영을 바다에서 하는 겁니다.”

그의 생각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수상레저’라는 직업적인 성과를 거두면서 ‘수상 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도 추구하는 것이랄까. 그 뜻을 알아봐 주고 함께 이뤄 줄 이가 곁에 많이 나타나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나저나 다음은 ‘수상 안전’을 향한 그의 마지막 당부다.

“3년 전이던가. 갯바위 쪽에서 중학생 몇 명이 위험한 상황이었어요. 너무 급해서 아무런 도구나 장비도 갖추지 못한 채 뛰어들었는데, 한마디로 ‘식겁’했습니다. 구하고 보니 3명이었는데, 저도 너무 힘들었어요. 아무리 급해도 혼자서 하지 말고, 장비 없이 하지 말라고 가르치는데, 그걸 제가 어겼던 겁니다. 크게 반성했죠. 이건 누구라도 꼭 기억해 둬야 해요. 또 하나. 만약에 물놀이장에 왔다면 그곳에 있는 안전 안내문을 반드시 미리 읽어 보세요. 만일의 사태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일종의 예방주사처럼요.”
 

찬 겨울바람에도 남일대 해수욕장을 지키고 있는 강태웅 씨.
찬 겨울바람에도 남일대 해수욕장을 지키고 있는 강태웅 씨.

강태웅 씨는 오늘도 남일대 해수욕장을 지킨다. 찬 겨울바람에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겼는데도 말이다. 나아가 그의 안전 지킴이로서의 활동은 앞으로도 쭉 이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자신이 구한 아이들이 남긴 손편지는 이런 그의 신념을 더욱 굳게 했다.

“아저씨, 잊어버리지 않겠습니다.”
“저를 살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난해 자신이 구한 아이들이 남긴 손편지.
지난해 자신이 구한 아이들이 남긴 손편지.

 

※이 글은 사천시정 소식지 「사천N」 2월호의 <이 달의 인물> 난에 실린 기사와 같습니다. (글 제공: 사천시청).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