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달러구트 꿈 백화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저 / 팩토리나인 / 2020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미예 저 / 팩토리나인 / 2020

[뉴스사천=안은주 사천도서관 봄날 독서회 회원]  “꿈 백화점? 거기다 달러구트? 뭐지 이 제목도 요상한 책의 정체는?”라는 맘으로 책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낯설고 낯선 작가 이미예에게 홀려 버리고 만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무의식에서만 존재하는 꿈을 정말 사고팔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제 꿈 백화점에 입장해 볼까. 아, 이 백화점은 따로 개장 시간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 당신이 잠드는 그 순간이 바로 백화점 오픈 시간이 되니까.

혹시 근래 계속 얕은 잠에 허덕이다 피곤한 상태인가, 아니면 온갖 스트레스로 꿈이 불편하고 뒤숭숭한가? 꿈 백화점엔 그런 당신을 위한 맞춤 처방이 존재한다. 꿈 세계의 해결사 달러구트 만의 특별한 레시피로 조제된 음료는 실패한 적이 없으니까.

평소 선택 장애가 있는가, 그것도 꿈 백화점에서는 아무 문제가 아니다. 당신에게 꼭 필요한 꿈을 대신 선택해줄 실력 최고의 프로가 있으니까.

다시 한번 꼭 꾸고 싶은 멋진 꿈이 있다면 연말을 기대해도 좋다. 최고의 꿈과 작가에 대한 시상식이 열리니까. 혹시 당신의 그 꿈이 연말에 대상을 받을 수도 있을 테니. 그런데 대상을 받았다면 당분간은 그 꿈을 다시 꾸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베스트셀러 꿈은 조기 매진이 되어 버리니까.

꿈 백화점은 9개의 에피소드 구성이다. 짝사랑 앞에 머뭇거리는 여자, 시험 스트레스로 밤마다 괴로운 사람, 자식을 앞세운 부부, 무기력으로 꿈마저 거부하는 사람, 가족의 꿈속에 나타날 시기를 고민하는 망자 등등. 작가는 인터뷰에서 “읽는 이에게 꼭 맞는 에피소드들이 한, 두 개쯤 있기를 바라며 누구나 있는 결핍을 극복할 힘이 되어 주었으면 하는 맘”이라고 했다.

작가의 바람처럼 내게 맞는 꿈이 나오는 에피소드에서는 위로받고 다른 에피소드들에서는 한마음으로 지지하며 응원하게 되는 묘한 마력이 있다. 꿈이라는 증명되지 않은 독특한 소재가 가상의 공간을 만나서 이뤄내는 얘기의 몰입도가 엄청난 책이다.

책을 덮으며 작가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기대되는 작가가 한 명 늘었다는 건 참 설레는 일이다. 혹시 관계에 치여 마음이 힘든지, ‘나만 왜 이래’ 하는 자존감 바닥인지. 먼저 떠난 누군가가 너무 그리워 힘든지, 일상이 무료한지. 그렇다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손에 들어보는 건 어떨지. 아마 당분간의 위로는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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