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서기집문(瑞氣集門)』/ 재료: 은행나무
제목:『서기집문(瑞氣集門)』/ 재료: 은행나무

[뉴스사천=월주 윤향숙] 처음 자전거를 배울 때가 생각난다. 혼자 스스로 자전거를 움직이려다 보니 온몸이 멍투성이였다. 키가 작은 내가 어른이 타는 ‘짐 자전거’ 안장에 앉을 수 없어 프레임 사이로 한쪽 발을 넣어 페달을 쩔꺼덕거리면, 용케 넘어지지 않고 비틀거리며 앞으로 갔다. 한참 만에 터득한 나만의 자전거 타는 방법이었다.

조각도를 손에 쥐었을 때 손바닥 느낌을 기억한다. 조각도를 잡을 때는 악권법(손가락 전체로 조각도 손잡이를 잡는 법)을 권하는데, 칼날의 방향은 몸 바깥을 향하게 한다.

창칼의 운도법(칼을 움직이는 기법)에 있어서 손잡이는 자전거의 핸들이라 생각하고 칼날은 바퀴라 생각하면 된다. 우리가 자전거를 탈 때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으면 핸들 방향에 따라 바퀴가 움직이듯 칼의 운도법도 이와 같다. 

이때 조각도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칼을 당기거나 눕히지 말고, 칼을 나무 배면(바닥면)과 직각으로 세우고 칼날은 나무를 베는 느낌으로 칼등을 망치로 천천히 두드리면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조각도를 사용할 수 있다.

그러면 양각에 주로 사용하는 평칼은 어떤 방법으로 사용하면 좋을까?

창칼과 같은 악권법으로 사용하되 1도(刀) 1각(刻)이 기본인 평칼의 경우는 조각도의 평평한 면이 글자 면에 닿도록 하고 망치로 두드릴 때는 단번에 두드리도록 한다.

그리고 서예의 비백은 서각의 묘미이기도 하다. 비백 표현 시는 먼저 약하고 가는 획부터 창칼로 나무를 드러낸 다음 평칼로 자면 작업을 하고, 먹의 발묵을 과하게 표현하다 보면 자칫 글의 흐름을 느리게 보일 수 있기에 과함은 좋지 않다.

조각도를 만지다 보면 칼마다 맛이 다르고 나무의 맛도 다름을 알 수 있다. 활엽수에 글을 새기다 보면 칼맛이 쫀쫀하고, 색이 붉은 가죽나무와 향나무는 한여름에 갑자기 내리는 소나기와 같아서 나무의 결과 성질을 잘 살펴야 한다. 또 나무의 속성은 열매와 닮아 있다. 호두나무는 호두열매처럼 단단하고 무게가 무거우며, 반면에 은행나무는 겨울철 별미로 구워 먹는 푸르스름한 은행처럼 나무 속성이 부드러워 주로 현판이나 양각 작품에 많이 사용된다.

겨울을 이겨낸 나무에 꽃이 피고 산천이 초록으로 바뀌는 계절이 다가온다. 2년 넘게 마스크에 가려진 얼굴에도 환한 웃음꽃이 피어나길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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