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허투루 버릴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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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허투루 버릴 게 없다
  • 월주 윤향숙
  • 승인 2022.04.27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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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허중(虛中)』/ 재료: 느티나무
제목:『허중(虛中)』/ 재료: 느티나무

[뉴스사천=월주 윤향숙] 서각을 하다 보면 지인들이 속이 텅 빈 느티나무를 갖다주기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횟집 도마를 바꾸면서 잔칼질 자국이 수천수만 군데 나 있는 덩치 큰 도마를 갖다주기도 한다. 이런 나무를 만나는 날은 설렘과 기대감으로 마음이 공중에 붕 뜬다.

논어(論語) 〈공야장(公冶長)〉 편을 보면 공자가 게으른 사람을 썩은 나무에 비유하는 대목이 나온다.

‘어떠한 일을 해내려고 끼니를 잊을 정도로 열심히 노력하는(=발문망식, 發憤忘食)’ 제자를 좋아하는 공자는 낮잠 자는 재여(宰予)에게 “후목불가조야, 분토지장불가오야 (朽木不可雕也,粪土之墙不可圬也)”라고 했다.

이는 ‘썩은 나무에는 조각을 새길 수 없고, 똥이 들어간 흙으로는 담장을 손질할 수 없는 법’이라는 뜻으로, 낮잠 자는 재여를 보고 뼈있는 말을 한 셈이다. 여기서 썩은 나무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취급되었다.

물론 사람과 나무는 다르다. 서각을 하는 내게 썩은 나무는 다르게 다가온다. 속이 텅 비어있고 벌레가 이리저리 파먹은 나무는 자연이 준 최고의 보물이다. 썩어서 화목(火木)으로나 사용될 나무도 허투루 버릴 것이 하나도 없다.

생각의 전환은 엄청난 변화를 준다.

나무를 세워놓고 한참 바라보면 모닥불을 피워 놓고 ‘불멍’을 즐기는 것과 같은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썩은 둥치에 매화 몇 송이를 새기고 고운 꽃분홍색을 칠하면 백 년 된 나무에 홍매가 핀다.

지지 않는 꽃이다. 곧, 기분 좋은 소식이 올 것 같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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