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로스트 시티

'로스트 시티' 영화포스터.
'로스트 시티'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영화계의 속설 중에 캐스팅만 성공해도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다. 그래서 티켓 파워가 있는 스타를 모시기 위해 애를 쓰고 잘 받쳐줄 조연을 끌어 모은다. 그런 면에서 <로스트 시티>는 성공적이다. 산드라 블록과 채닝 테이텀의 코믹 로맨스에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악역, 브래드 피트가 카메오라니! 이쯤 되면 없던 호기심도 생기지 않겠는가.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아뿔싸! 총체적 난국이 벌어졌다. 코미디면 코미디, 로맨스면 로맨스, 액션이면 액션 그 어느 쪽을 강조해도 제 몫을 충분히 하는 이 배우들을 모셔놓고 영화는 산으로 간다. 너무나 애매해서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어떤 장르 쪽으로도 집중하기 힘들다.

비밀을 품고 있는 베스트셀러 작가와 책커버 모델, 재벌, 그리고 의문의 파트너가 일촉즉발의 화산섬에서 펼치는 모험담은 확실히 괜찮은 설정이 맞다. 주연부터 카메오까지 연령대를 아우르는 적절하고 신선한 캐스팅 또한 합격점. 이렇게 좋은 쌀을 마련했으니 밥만 잘 지으면 될 일인데 그게 참 어렵다. 물 대충 맞추고 온도 신경 안 써도 그럭저럭 괜찮은 한 끼가 탄생할 것 같은데 막상 눈앞에 차린 건 죽도 밥도 아니니 말이다.

코미디만으로 부족하다 싶어 로맨스라는 욕심을 더하다가 삐걱거리고 액션마저 엉성해지면서 휘청거린다. 볼거리 적당히 충분한 건 OK! 예측 가능한 스토리 정도는 원래 이런 종류의 영화가 그렇지 하면서 넘어가는 법이라 모험 영화의 기대치 반 이상은 충족시키곤 하는데, 초반에 열심히 달리다 뒷심이 달리는 게 눈에 보이니 러닝타임을 견디기 어려울 지경이다.

‘남다른 그들의 대환장 케미 폭발 어드벤처’라는 헤드카피는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닌 듯하다. 참신하기도 하고 어드벤처도 솔깃하며 케미도 폭발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조화롭지 못하니 관객 입장에서는 다른 의미로 ‘대환장’할 노릇이다. 와중에 새삼 브래드 피트의 존재감은 굉장하다.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이 될 지도 모르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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