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유년시절 결핵성골수염으로 다리를 잘라야 했던 영국의 시인이자 비평가였던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 어른이 되어서도 그는 여러 병마에 시달리며 힘겨운 삶을 꾸려 나갑니다. 그럼에도 상실과 절망의 번민보다는 확신과 희망을 품고 인생 반전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는 자신만이 구축할 수 있는 활동 영역을 펼칩니다.  

1875년에 쓴 그의 시 「인빅터스Invictus」는 라틴어로 ‘굴하지 않는다, 정복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넬슨 만델라는 수감생활을 하면서 헨리의 시 「인빅터스」를 애송했습니다. 만델라가 처한 상황을 떠올리며 시를 음미하면 그가 시구를 사랑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증이 풀릴 것입니다. 시 속에는 화자가 견뎌야 할 시간과 상황, 감정이 녹록치 않음을 보여줍니다. 해결하기 쉽지 않은 버겁고 암울한 분위기가 도처에 우글거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운명의 횡포와 겁박에 맞서 싸우는 화자의 꿋꿋하고 당당한 속내 다짐이 불꽃같은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세상이 지옥처럼 캄캄하게 / 나를 뒤덮은 밤의 어둠 속에서 / 어떤 신이든 내게 불굴의 영혼을 / 주심을 감사하노라 // 환경의 잔인한 손아귀 속에서도 / 난 머뭇거리지도 울지도 않았노라 / 운명의 몽둥이에 두들겨 맞아 / 내 머리는 피 흘리지만 굴하지 않았노라 // 분노와 눈물의 이곳 저 너머에 / 유령의 공포만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 그러나 세월의 위협은 지금도 앞으로도 / 내 두려워하는 모습 보지 못하리라 // 상관치 않으리라 저 문 아무리 좁고 / 명부에 어떤 형벌이 적혔다 해도 /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일지니 

평생을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풍랑을 만납니다. 바람 한 점 맞지 않고 온실 속의 화초처럼 사는 인생은 흔치 않습니다. 사람들은 앙칼진 비바람에 흔들리고 심장을 위축시키는 뇌성소리를 들으면서도 자신만의 선박을 끌고 앞으로 나아갑니다. 암초를 만나고 절체절명의 순간에 부닥쳐 자신의 모습이 산산조각 나기도 합니다. 더 이상 희망을 말할 수 없는 운명과의 갈등을 겪습니다. 쓰러지느냐 일어서느냐, 막다른 골목에서 외길 선택을 해야 합니다.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는 미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시의 마지막 2행은 시인의 결연한 각오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요 내 영혼의 선장이다’라고 천명하는 그의 꺾이지 않는 의지가 감동스럽습니다. 스스로를 믿고 사랑하지 않으면 결코 끌어낼 수 없는 영혼의 메아리입니다. 그 메아리는 잠시 울렸다가 사라지는 일회성 소멸이 아닙니다. 몸 깊이 배어 백골에 이르기까지 실천해야 하는 영원한 삶입니다. ‘나는 해낸다, 이겨 내고 만다’는 자아 극복의 간절한 열정이 혈관을 통해 신선하게 뻗어 감을 느낍니다. 

지난 과오를 용서하고 분열과 반목을 걷어 내어 평화의 길을 걷고자 한 넬슨 만델라의 사상이 시의 정신과 뿌리가 잇닿아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 「인빅터스」와 시 「인빅터스」는 우리 현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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