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N'과 함께] 아무튼 청년 : 김성태 씨
사천시니어클럽 홍보사업팀장

[뉴스사천] 문득 길을 걷다가 길모퉁이에 피운 아름다운 꽃에 감탄하며 사진기를 갖다 댄 적이 있을까. 아니면 ‘어젯밤까지만 해도 지저분했던 골목이 왜 이리 깨끗해졌지?’라고 새삼스럽게 여긴 적은? 그렇다. 모든 게 그저 이루어졌을 리가 없다. 누군가의 땀과 정성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5월의 <아무튼 청년>에서 사천시니어클럽과 김성태(28) 씨를 소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천시니어클럽의 김성태 홍보사업팀장이 어르신들이 생산한 다양한 제품을 소개하고 있다.

어르신들의 일자리를 만들어요

사천시니어클럽. 외래어가 섞여 조금은 낯설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60대 이상의 노인과 어르신들에겐 제법 익숙한 이름이다. 하긴 나이가 팔순이 넘어도 스스로는 아직 젊다고 여기는 분들이 많지 않은가. 법과 제도적인 관점에서 ‘노인’이나 ‘어르신’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시니어’라는 낯설고 모호한 이름을 쓰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

이 사천시니어클럽에는 1,000명이 넘는 어르신들이 참여하고 있다. 대부분 우리의 생활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하고 아름답게 꾸미는 일을 한다. 앞서 언급한 골목 청소나 화단 가꾸기 등이 이에 해당한다. 어찌 보면 자원봉사 같기도 하지만, 참여자들에겐 귀한 소득원이다.

이런 일자리가 ‘공익 활동’에 가깝다면, ‘시장형 사업’도 있다. 노인들에게 적합한 소규모 창업을 지원해 그 수익으로 임금을 보충해주는 게 이 사업의 원리다. 그 중심에 있는 이가 김성태 홍보사업팀장이다.

 

사천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멸치 전처리 작업장.

“쫌 굵은 맬치를 가져다 달라꼬 우리가 막 쪼은다 아입니꺼. 할매들이 이리 ‘와~’ 하고 쪼아도 싫은 내색 안 하고 웃어 주니까 좋지예!”

“이거 <사천N>에 나가는 거 맞지요? 그라모 우리 김 팀장님 홍보 좀 잘해 주이소. 아직 사귀는 사람이 없는 거 같던데, 이번 참에 장가 좀 보내 보이시더!”

김 팀장을 만나려 사업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유쾌하게 쏟아진 말이다. 첫 번째 자리는 <사천애(愛) 사업단>의 멸치 전처리 작업장이요, 두 번째 자리는 사천시니어클럽의 2호점 카페 <바다마실 카페온>이다. 둘 다 사천시니어클럽의 대표적인 ‘시장형 사업’의 결과물이다. 이 밖에 누룽지와 과일청을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실버 손 모아 사업단>도 있는데, 지금은 사무실과 작업장을 이전 중이다.

'바다마실 카페온' 직원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상은, 이연지, 이기선 님.
'바다마실 카페온' 직원들.(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상은, 이연지, 이기선 님.

“제가 맡은 일은 ‘시장형’ 사업입니다. 사업 운영 방향을 세우거나 신규 사업을 개발하고, 사업을 홍보하는 일을 하죠. 보통은 65세 이상의 어르신들이 시니어 사업에 참여하는데, 업무의 특성상 이 사업엔 60세부터 참여하시죠. 창업으로 일자리를 만들고, 여기서 번 수익금으로 임금을 주는 개념입니다. 아직은 수익금이 넉넉지 않아 보조금에도 의존하고요. 수익금 일부를 적립해 명절 같은 날 보너스를 줄 때는 보람도 있고, 가슴도 뭉클하죠.”

 

사천시니어클럽 3년차 팀장

사천읍에서 초·중·고교를 모두 다닌 김 팀장은 경상국립대에서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다. 그리고 2020년 1월, 졸업(2월)을 목전에 두고 사천시니어클럽과 인연을 맺었다.

 

김성태 팀장은  2020년 1월, 사천시니어클럽과 인연을 맺었다.
김성태 팀장은  2020년 1월, 사천시니어클럽과 인연을 맺었다.

“예전엔 막연하나마 청소년이나 장애인 쪽으로 일할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대학 졸업을 앞두고 사천에도 시니어클럽이 생겼다는 소식을 알게 됐죠. 교수님 권유도 있었고요. 처음엔 6개월 계약직이었는데, 운이 좋게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었어요. 어르신들 대하기가 힘들지 않냐고요? 전혀요! 모든 분이 손자 대하듯 해주시니 어려움은 없어요. 만나면 사탕이라도 하나 주시려는 모습에서 저의 할아버지·할머니에게서 받는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김성태 팀장은 지난 2년간 진행한 사업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전통문화 체험 활동’을 꼽았다. 그가 처음 맡은 일이기도 했거니와, 계획했던 만큼 뜻을 이루지 못한 까닭에 아쉬움이 컸다.

“어르신들께 풍물을 가르쳐서 어린이집이나 복지시설에서 공연도 하고, 또 새롭게 가르치기도 하는 사업이었어요. 저도 정성을 쏟았고, 참여자들도 의욕이 넘쳤는데, 코로나19 창궐로 계획이 흐트러졌습니다. 연습 장소였던 사천읍 주민자치센터가 문을 닫아 수양공원에 오르기도 여러 번이었어요. 그렇게 무대에 설 날을 기다렸는데, 코로나 상황이 더 악화해 뜻을 이루지 못했죠. 언젠가는 다시 도전하고픈 사업입니다.”

 

그는 ‘시장형’ 사업 참여자 중에는 수익보다는 사회활동에 무게를 두는 이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자는 은퇴 뒤 무력감과 외로움에 빠진 이들로, 사업 참여와 활동 속에서 활기를 되찾는다고 했다.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매출을 더 올려서, 어르신들께 명절 보너스를 더 두둑하게 드리고 싶은 게 제 꿈이자 목표"라고 말하는 김성태 팀장.

“솔직히 제가 큰일을 하는 것 같진 않아요. 그런데도 ‘이런 일이라도 할 수 있게 해줘 고맙다’라는 말을 자주 들어요. 뿌듯하면서도 미안한 마음도 있죠. ‘시장형 사업’이 제 업무이니 돈을 더 벌어야 하는데, 아직 멀었습니다. 사업 참여자가 보통 1달에 40시간 이하로 일하고, 1일 3~4시간, 1주일 2~3회 일해서 36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거든요. 새로운 사업을 개발하고 매출을 더 올려서, 어르신들께 명절 보너스를 더 두둑하게 드리고 싶은 게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사천에서의 삶이 곧 나의 행복

친구들이 대체로 대도시로 떠나, 고향에는 친구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김 팀장. 하지만 “크게 외롭지는 않다”고 했다. 그는 “명절 같은 날 친구들이 사천에 오면 자연스레 내가 구심점이 되더라”며, “친구들을 반겨 줄 수 있으니 오히려 행복하다”고 말했다. 다만 사천시를 향해선 “주거 지원 등 청년을 위한 정책이 더 나와서, 사천을 떠났던 친구들이 돌아오는 날이 오면 좋겠다”는 바람을 남겼다.■

 

 

사천시니어클럽 소개

시니어클럽은 고령화 시대를 맞아 노인들에게 적극적인 사회참여 기회를 주고자 보건복지부가 지원하는 기관이다. 노인들의 사회적 경험과 지식을 활용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이 기관은 기초지자체 단위로 설립해 있다.

사천시니어클럽은 2018년에 한가람문화재단이 사천시로부터 위탁받아 설립·운영하고 있다. 2019년 368명의 어르신들과 노인 일자리 사업을 시작하여, 2022년 현재 16개 사업에 1,022명의 어르신에게 다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늘 푸른 마을 지킴이’를 포함한 8개의 공익활동과 ‘사천애(愛)사업’을 포함한 4개의 시장형 사업, 보육시설지원을 포함한 3개의 사회 서비스형 사업을 운영한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