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브로커

'브로커' 영화포스터.
'브로커' 영화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브로커>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첫 번째 한국영화라는 타이틀이 붙었지만 특별히 다른 것은 없다. 그는 여전히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가족에 관해 통찰한다. 그리고 조용히 속삭인다. 조금 이상해도 조금 부족해도 사람들이 만나 마음을 나누면 그게 가족이라고. 결코 가볍지 않은 영화의 주제는 의외로 부드럽고 산뜻하게 보는 이의 심장에 내려앉는다. 과연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베이비박스를 둘러싸고 의도치 않게 만난 사람들의 여정을 그리는 <브로커>는 송강호, 배두나, 강동원에 이지은(아이유)까지 최정상 배우들의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정작 영화에서는 이들의 스타성을 활용하지 않는다. 이 대단한 배우들은 오롯이 영화의 주제를 향해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그래서 이 배우들을 모셔 놓고 이렇게 지루한 볼거리도 없는 영화를 만들었냐는 비난도 있다. 

또한 엄연한 범법행위인 ‘불법 입양’에 대한 문제 제기도 존재한다. 그런데 등장인물들은 분명히 범죄자이지만 쉽게 비난할 수 없는 그들만의 사연이 있다. 조용히 영화를 따라 흘러가다 보면 마치 느슨한 그물이 파도에 일렁이듯 삶을 관통하는 보석 같은 통찰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공감도 비난도 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의 교착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고레에다의 느릿한 그물에 포획되는 서사는 촘촘하고 분명하다.

무엇보다 <브로커>는 출산과 육아가 오롯이 여성 혼자만의 책임과 일이 아닌 사회 공동체 모두가 연계되어있음을 환기시킨다. 이 영화는 가족이라는 소재와 주제보다 더 깊이 내려꽂히는 이 영화의 성과다. 

다만 모든 영화(혹은 예술)가 그렇듯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브로커>가 던지는 메시지는 공감하지만, 우연히 만나 가족이 된다는 고레에다식 화법 또한 분명히 호불호가 생길 수밖에 없다. 선택은 돈을 지불하고 귀한 시간을 내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의 몫이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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