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막걸리문화촌 수료자 중에서 꾸준히 술을 빚는 이들이 모여 ‘사천술(酒)연구회’를 만들었다.

얼마 전 그 모임에서 처음 빚은 술을 걸렀다. 그 첫 술은 와룡산과  이구산에서 채취한 진달래 꽃잎으로 빚은 두견주(杜鵑酒)다.

와룡산(臥龍山·801.6m)은 삼천포 쪽에 위치한 산이고, 이구산(尼丘山·360.9m)은 사천 쪽에 자리 잡은 산이다. 이 둘에서 채취한 꽃잎을 섞었으니, 술 이름을 화합주(和合酒)라 불러도 괜찮겠다.

작업 과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진달래꽃의 꽃술은 독소가 있어 제거한다. 꽃술 제거는 마르기 전에 해야 쉽다. 이렇게 장만한 꽃잎을 펄펄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바짝 말리는데, 이때 신경 쓸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끓는 물에 소금을 약간 넣는 일이다. 소금은 꽃잎의 색깔을 더욱 선명하게 한다. 그리고 진달래 꽃잎을 넣는 양은 쌀 2말에 마른 꽃잎 20g 정도다. 진달래의 약성은 혈액순환과 해열, 진통, 피로회복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맛과 향은 미미하다. 다만 색이 좋아서 선호도가 높다.

두견주는 무형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다. 따라서, 국빈 만찬주로 자주 쓰이는데, 진달래가 봄을 대표하는 꽃으로서 ‘봄을 맞이한다’는 희망을 담고 있음도 크게 작용하는 듯하다. 두견주를 거르는 날에 맞춰서, 와룡산 깊은 청정계곡인 백천골에서 채취한 솔순(=소나무 순, 송순)으로도 술(松筍酒)을 빚었다.

송순주에는 보통 5월에 채취한 솔순을 쓴다. 솔순을 찌고 말려서 1년 동안 보관한 뒤에 사용하는데, 이때 솔순의 뾰쪽뾰쪽 튀어나온 잎을 모두 제거해 주어야 한다. 이것을 제거하지 않으면 발효에 지장을 준다.

소나무의 상징이 ‘변치 않는 지조’라는 점은 송순주의 품격을 더해준다. 갓끈 떨어진 제주의 유배객에게 신의를 버리지 않았던, 추사 김정희가 제자 이상적에게 그려주었다는 세한도(歲寒圖)가 새삼 떠오른다. ‘겨울이 되니 뭇 나무들은 잎을 떨구는데 소나무와 잣나무만이 그 푸르름을 간직하고 있더라’라는 말이 있듯, 소나무로 빚은 술이라면 뜻있는 자리에 곁들이는 술로서 제법 격도 있겠다.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이처럼 사천의 재료를 이용한 술을 만들고, 그 술들이 제법 모이면 사천사람들과 술을 만드는 과정과 레시피를 공개하고, 맛 평가도 하는 마당을 펼치면 재밌겠다. 맛깔나는 사천술로 <뉴스사천> 독자들과 함께할 수 있으면 더욱 좋을 일이다.

밤바람이 시원하고 하늘빛은 고운데, 남쪽에서 장마가 올라온다는 소식이다. 모두 건강하길 두 손 모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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