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토르: 러브 앤 썬더

토르:러브 앤 썬터 영화홍보물
토르:러브 앤 썬터 영화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신(神)도 ‘자아 찾기’는 필요한가 보다. 남들이 보기에는 굳이 찾지 않아도 될 듯한 자아를 찾기 위해 안식년을 보내려 했던 토르의 계획은 神 도살자 ‘고르’로 인해 산산조각 나 버린다.

토르는 망가진 휴가에 탄식을 내뱉겠지만 관객의 입장에서는 감사할 따름이다. 뭔가 좀 어긋나고 파괴적이어야 신의 운명이고, 아마도 이런 시련 속에서 여린 중생을 구하는 와중에 신의 자아는 발현될 것이라고, 관객은 팝콘을 씹으며 즐길 준비를 마쳤다. 과연 기대에 부응했을까.

<토르: 라그나로크>(2017) 이후 막강한 출연진과 감독까지 그대로 탑재한 채 2022년 극장가에 <토르: 러브 앤 썬더>가 돌아왔다. 지난 7월 6일 개봉과 동시에 <탑건: 매버릭>을 누르고 박스오피스 정상에 등극했으니 초반 기세만큼은 좋다. 다만 극장 대진운이 나쁘지 않은 덕도 있어서 언제까지 기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불분명하다. 

천둥의 신 토르의 성장사를 썼던 <토르: 라그나로크>의 연장선에서 본다면 <토르: 러브 앤 썬더>는 여러모로 함량 미달이다. 할 말이 너무 많아서 핵심을 놓쳐버린 모양새다. MCU 위기론까지 들먹일 정도는 아니나 전체적으로 기대에 못 미친다.

유머는 허공으로 던져져 돌아오지 않는 묠니르만큼이나 허망하고 액션 또한 기대치를 하향한다. 타이카 와이티티 감독 특유의 재기발랄함과 조율 능력도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마이티 토르’ 나탈리 포트먼과 비교 불가한 연기력의 빌런 크리스천 베일의 매력은 ‘엄지척’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두 캐릭터 혹은 두 배우의 개인적인 매력일 뿐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역대 MCU의 수준에 미흡할 뿐이지 마음을 열고 썰렁한 개그에도 웃을 준비가 되어있다면, 아이와 함께 볼 수 있는 눈높이를 많이 낮춘 코믹 히어로물로만 기능한다면 한여름 가족 무비로 나쁘지 않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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