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엘비스

영화 엘비스(사진=영화홍보물)
영화 엘비스(사진=영화홍보물)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쓸쓸하고 찬란하다. 현란한 조명과 주변의 공기를 모두 삼켜서 몸으로 털어내며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정작 엘비스를 지배하는 감정은 무대를 완성한 뒤의 쾌감보다는 깊이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이다.

영화 <엘비스>는 매니저였던 톰 파커의 시선으로 ‘세계 최초의 아이돌, 시대의 아이콘, 영원한 슈퍼스타’인 엘비스 프레슬리의 삶의 궤적을 훑어 따라간다. 

타고난 스타성과 준비된 자질, 그리고 쇼 비즈니스계의 미다스의 손이 만나면 스타가 탄생한다. 트럭을 몰던 무명의 엘비스 프레슬리도 그를 한눈에 알아본 스타 메이커 톰 파커를 만나 레전드가 되었다.

무대 뒤 스타들이 그렇듯 결코 행복한 여정은 아니다. 엘비스 프레슬리를 잘 모른다면 보는 내내 즐거울지도 모르지만 오랜 팬이라면 관람 후 휘몰아치는 감정의 파동을 겪어낼 준비를 해야 당황스럽지 않다.

바즈 루어만 감독 특유의 화면을 꽉 채우는 풍성함은 여전하다. 무려 159분에 이르는 러닝타임은 지루할 틈이 없다. 노래와 인물과 그 시대의 공기까지 소환하며 단순히 올드팝이 아닌 그 현재성을 확인한다.

엘비스 역을 맡은 오스틴 버틀러는 ‘연기 성형’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준다. 보통 실존 인물을 연기할 때 외형적으로 닮은 캐릭터가 몰입감을 높이는데 사실 오스틴은 외모가 그리 닮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초반의 적응 기간을 짧게 지나가면 그는 이미 엘비스로 화면을 꽉 채운다.

음악 영화는 통상 노래라는 핵심 요소 외에 그 노래를 부르고 만들고 듣는 사람들의 갈등이나 관계를 중심에 놓는 플롯인데, 바즈 루어만은 이 요소들을 버무림에 있어서 탁월하다. 톰 행크스와 오스틴 버틀러의 연기 합을 보는 것도 노래를 듣고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큼 흥미진진하다. 

“But I can’t help falling in love~” 영화관을 나서며 누가 보든 말든 엘비스의 노래를 저도 모르게 흥얼거릴지도 모른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 그리고 지나간 어느 한 시절 대중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노래의 유효기간은 무척 길다. 영원까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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