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나이 들어 은퇴하니 할 일이 없어서, 아침부터 동네 가게에 앉아 막걸리 한 잔 들이켜고 김치 한 가닥 집으면, 얼굴이 붉으락 하고 배가 든든하다.’ 주위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를 우스개로 ‘백수 보신탕’이라 부른단다.

이때의 막걸리라면 으레 읍면 또는 시군 단위로 하나씩 있던 양조장에서 빚던 막걸리를 말할 테다. 아주 오래전부터 가양주 형태로 내려오던 전통의 술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이후로 단순화되고, 획일화된 술이라고나 할까. 소규모 양조장이 점차 문을 닫은 요즘은 양조장이 권역별로 통합하여 산업화하는 추세다. 다양한 상표도 붙는다. 이랬던 막걸리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막걸리는 본디 농사일에 지친 농민들이나 노동의 현장에서 힘든 일을 끝낸 노동자의 술이었다. 한 잔으로도 새로운 활력이 생기고 배도 든든해지는 서민의 술이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공략하기 위해선 값이 싸야 했고, 이는 값싼 수입 쌀에 일본식 흩임누룩 사용으로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맛이 단순해졌는데, 결국에는 설탕보다 200배나 단맛을 내는 아스파탐 등의 화학 첨가물을 넣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제 막걸리는 ‘아제 술’이 아닌 ‘MZ 술’이다. 양(量)보다 질(質)을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전통 누룩에 양질의 재료를 사용하면서, ‘맛있고, 몸에도 좋고, 뒷날 숙취에도 시달리지 않는 술’에 돈을 더 지불하고도 먹겠다는 젊은 막걸리 애호가층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옛날에는 한약재를 첨가한 약주가 인기였다면, 요즘에는 각종 꽃을 첨가한 가향주(加香酒)가 인기다. 진달래를 넣은 두견주, 감국을 넣은 국화주, 연꽃을 넣은 연화주, 솔송을 넣은 송화주 등등이다.

나아가 기존의 탁주(濁酒)보다 청주(淸酒)를 선호하는 이가 많은데, 잘 익은 술 항아리에 용수를 꽂아 맑은 술을 뜨거나, 아예 전체를 걸러서 한 달 정도 냉장 숙성하여 고급스러운 청주만을 걸러내기도 한다. 또한 신맛에는 아예 손사래를 치는 이가 많았는데, 요즘은 일부러 신맛을 찾는 이도 늘고 있다.

이래저래 막걸리의 개성시대가 열리고 있다. 맥주 시장에 수제 맥주의 등장으로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졌듯이, 막걸리 시장에도 긍정의 변화를 일으키길 기대해본다. 일제강점기에 사라진 전통주를 되살리면서, 나아가 새로운 맛과 향으로 전통주 시장을 개척하는 많은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더위를 식히는 시원한 비가 내리니 찌짐에 막걸리 한 사발이 생각난다. 물 많이 드시고, 내내 건강하시길 두 손 모은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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