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2022 쉬운 우리말 쓰기 : 외국인도 알아듣는 쉬운 우리말② 의료 분야 1

말과 글은 누군가가 알아듣기 쉽게 써야 한다.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공공언어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쉽게’ 라면 어느 정도를 말하는 걸까. 이 물음에 ‘외국인이 알아들을 정도면 누구나 알지 않을까’라는 대답으로 이 보도를 기획한다. 공공 기관에서 나온 각종 안내문을 외국인들에게 보여 주며, 쉬운 우리말 찾기에 나선다.  -편집자-

‘대한민국 입국자를 위한 격리 주의사항’을 담은 질병관리청 안내문.
‘대한민국 입국자를 위한 격리 주의사항’을 담은 질병관리청 안내문.

 [뉴스사천=심다온 인턴기자] 외국인들도 이해할 만큼 쉬운 우리말을 쓰자는 뜻으로 시작한 이번 기획 보도의 첫 주제는 의료 분야이다. 그 첫 번째로 들여다볼 문서는 2년 넘게 좋든 싫든 만나야 했던 코로나19에 관한 것이다. 특히 외국 방문 후 입국하는 내국인들이나 외국인들이 눈여겨봤을 법한 공문서다.

질병관리청이 올해 2월에 내놓은 ‘대한민국 입국자를 위한 격리 주의사항 안내’는 대한민국 입국자를 위한 ‘격리 주의사항’을 담았다. 그런데 생활에서는 잘 쓰지 않는 한자어가 불필요하게 많이 쓰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반드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 및 대화 최소화하기’란 문장을 보자. 어찌 보면 별로 고칠 게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겠지만, 가만히 보면 생각할 게 여럿이다.

여기서 ‘착용’, ‘접촉’, ‘최소화’란 말을 굳이 쓸 필요가 있을까. ‘착용’을 ‘쓰다’로, ‘접촉’을 ‘만나다’로, ‘최소화’를 ‘가능한 한 적게’라고 고치면 뜻을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다. 또 ‘및’은 ‘와/과’나 ‘거나/이나’로 표현해야 뜻이 더 정확할 수 있다. 따라서 위 문장을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을 만나거나 대화하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기’라고 바꾼다면 훨씬 쉽다. 

게다가 ‘접촉’이란 말은 안내문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하는 과정에서 조금은 무뚝뚝하게 다가온다. 이를테면,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란 표현이 누군가와 마주하는 상태를 말하는지, 혹은 어느 장소에서 누군가와 가까이 몸을 스치는 것도 포함하는 것인지 모호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위 문장을, ‘반드시 마스크를 쓰고, 다른 사람과 몸이 닿거나 대화하는 일을 가능한 한 피하기’로 좀 더 친절하게 다시 풀어 쓰면 그 의미가 더 명확해진다.

‘대한민국 입국자를 위한 격리 주의사항’을 담은 질병관리청 안내문.
‘대한민국 입국자를 위한 격리 주의사항’을 담은 질병관리청 안내문.

하나 더 살펴보면, ‘검역단계에서 유증상자로 분류될 경우….’라는 문장에서도 ‘검역단계’, ‘유증상자’, ‘분류’란 한자어들이 줄줄이 나온다. 이들도 ‘검사 단계에서 코로나 증상이 있을 때’로 바꿔서 쓰면 한눈에 전체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낯선 한자어를 덜어냈더니 알기 쉬울 뿐만 아니라 부쩍 친근해진 표현들도 있다. ‘관할 보건소’를 ‘자신이 사는 지역의 보건소’로, ‘감염전파 방지를 위해’는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지 않도록’으로, ‘불가피하게’는 ‘어쩔 수 없이’, 혹은 ‘꼭’이란 말로 바꿔 썼을 때의 느낌이 그것이다. 
이처럼 평소 익숙하게 듣고 말하는 표현으로 풀어 써야 뜻이 쉽게 전달된다. 외국인들이 낯선 공항에 도착해 코로나19와 관련한 여러 가지 지켜야 할 것들을 안내받을 때도 마찬가지일 테다.

이 밖에도, ‘검사 결과에 따라 후속 조치가 이뤄집니다’라는 문장에서 외국인 연구 참가자 이영영 씨는 “‘후속’, ‘조치’라는 단어가 뭔가 무섭고 딱딱하게 느껴지고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고 했는데, 이를 ‘검사 결과에 따라 새로운 안내를 받게 됩니다’라고 바꾸니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는 의견이었다. 좀 더 친절하고 다정한 공공언어가 필요하다. 

           
심다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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