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우공이산(愚公移山)』/ 재료: 대나무
제목:『우공이산(愚公移山)』/ 재료: 대나무

[뉴스사천=월주 윤향숙] “관중이요!” 시동의 목소리가 활터를 울린다. 
활을 만난 지 17년이 되었다. 삼십 대에 시작한 궁도가 사람과 사람, 인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의 또래 궁도인이 한곳에 모여 활을 보낸다. 사대에 서서 활을 보내는 사람 중에는 그 옛날 중국 북산의 우공(愚公) 같은 벗이 있다.

우공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이라는 고사성어에 나오는 사람이다. 이 노인은 자신이 살던 동네에 태행과 왕옥이라는 두 개의 큰 산이 가로막고 있어 불편하기가 그지없다고 여겼다. 이에 노인은 두 개의 산을 없애기로 마음먹고는 삽으로 흙을 떠서 옮기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본 마을 사람들은 ‘저렇게 큰 산을 삽으로 떠서 옮기려 한다’며 미련하다고 비웃기도 하고, 저러다가 죽겠다며 말리기도 하지만, 결심한 마음 그대로 우공은 하루도 빠짐없이 삽으로 흙을 떠서 산을 옮겼다. 이를 지켜보던 옥황상제가 그의 의지에 감탄하여 두 개의 산을 다른 곳으로 옮겨줬다는 이야기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배경이다.

그런데, 이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하는 친구 하나가 있으니, 20년 세월 동안 활을 같이 보낸 사람이다.

활을 보낼 때는 무엇보다 눈의 시력도 중요하고 팔의 건강 상태도 중요하다. 친구는 활을 끌어당기는 팔이 으스러지고 깍지 끼우는 엄지손가락도 함께 잃어, 활 쏘는 일을 포기해야 할 상황에 이르렀다. 이것은 마치 총잡이가 방아쇠를 잡아당길 수 없는 상황과 같았다.

그러나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모든 기능은 노력해서 만들면 된다’는 게 친구의 생각이었다. 그는 반대 방향의 팔을 편 상태에서, 깍지를 끼워야 할 엄지 대신에 집게손가락에 줄을 감아 활을 당기는 연습을 재활 운동처럼 했다.

그 모습이 처음엔 어설펐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낯설었다. 하지만 그는 몇 년의 재활 운동 끝에 전국대회에서 입상도 하고 명궁 칭호도 받았다. 나를 포함한 동료들은 자기 일인 듯 모두 기뻐했다. 그 친구는 지금도 궁도를 가르치는 사범으로 활터에 서 있다.
이렇듯 우직하게 하고자 하는 일에 뜻을 품고 끊임없이 노력하면 못 이룰 일이 없다. ‘나는 얼마만큼 노력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오늘 하루면 좋겠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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