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문명과 바다

『문명과 바다』주경철 저 / 산처럼 / 2009
『문명과 바다』주경철 저 / 산처럼 / 2009

[뉴스사천=김경희 사천도서관 봄날 독서회원] 이 책은 이제까지 대륙 문명의 관점, 그중에서도 주로 농경 문화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던 역사에서 벗어나 바다를 통해 형성된 근대의 세계를 새롭게 조명한다.

진정한 세계사 혹은 지구사의 흐름은 콜럼버스의 항해 이후 수십 년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전 세계 모든 지역이 바다를 통해 연결됨으로써 형성됐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이 근대 세계는 바다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이러한 바다와 연안 지역 사이에서 세계 문명들이 만났을 때 어떤 일들이 벌어졌는지 다양한 역사적 현장 속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바다에서는 사람들과 상품뿐만 아니라 지식과 정보, 사상과 종교, 언어, 동식물과 심지어 병균까지도 교환됐으며, 이러한 상호 접촉과 소통은 의욕에 찬 교류로 정착되기도 했지만 대개는 갈등과 지배로 이어지고 무력 충돌, 경제적 착취, 종교적 탄압, 환경 파괴, 전염병의 발발을 빚기도 했다. 바다를 무대로 일어났던 이러한 복잡한 사건들과 고통에 찼던, 혹은 활기찼던 삶들이 페이지마다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펼쳐진다.저자는 서구중심주의에서 벗어난 역사적 사실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다각도로 알려준다. 또한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던 일들을 뒤집거나 다시 생각할 여지를 줌으로써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며, 책 전체에 많은 컬러 그림들을 실어 활기찼던 바다의 문명 세계를 생생하게 전한다.

이 책이 바다의 관점에서 근대 세계를 해석한다는 점이 나에게 무척 새롭고 경이롭게 다가왔다. 읽는 내내 궁금증과 함께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다른 대륙을 점령하는지 우리가 생각지도 못하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에 놀라움을 느끼기도 했다. 세계 문명 속 사람들의 사악함과 잔인함에 소스라치게 놀라면서도 또다시 역사 속으로 빨려들게 되었다. 특히 영국의 잔인함에….

우리가 세계사의 흐름을 다른 시점에서 볼 수 있도록 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을 더 많이 생각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에게 권유하고 싶어지는 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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