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이제 8월을 맞았다. 유난히 더운 올해를 더 달굴 8월이다. 하지만 더위가 한풀 꺾이는 8월이기도 하다. 해마다 그랬듯이 요 무지막지한 더위도 광복절 무렵이면 제풀에 서서히 물러서지 않던가.

거기다 사람이라면 이 더위 속이라고 이성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무엇이 사람의 길인가를 어려운 때일수록 궁리하고 궁리해야 할 것이다.

생전에 뜻했던 시집을 남기지 못하고 독립운동을 했다는 죄명으로 일본의 감옥에서 요절했던 민족시인 윤동주(1917년 12월 30일~1945년 2월 16일)는 광복 후 해방된 조국에서 그의 억울한 죽음을 애통해하는 사람들에 의해 비로소 자기의 시집이 출판되는 광경을 하늘에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많지 않은 그의 시와 시집은 아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읽힌 시와 시집 선두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된다. 시집 제목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이다. 시 31편이 수록되었다.

이 무더위를 조금이나마 식혀볼 요량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은 윤동주 시인의 시 「肝(간)」을 살펴볼까 한다. 먼저 시 전문을 소개한다.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사쓰 산중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肝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던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지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의 유혹에 안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하는 프로메테우스.”                            

이 시에서는 두 개의 설화가 나온다. 하나는 우리 고장 비토섬에 전해진다는 설화와 유사한 「별주부전」에 나오는 설화이고 하나는 희랍 신화에 나오는 프로메테우스 설화이다. 

앞의 설화는 토끼가 거북이의 유혹에 넘어가 복에 없는 용궁에 갔다가 간을 빼앗겨 죽을 뻔했으나 機智(기지)를 발휘한 끝에 겨우 살아왔다는 이야기며, 뒤 설화는 희랍 신화에 나오는 이야기로, 프로메테우스가 인간을 위해 신들의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기 때문에 그 벌로 코카사스 산에 쇠사슬로 묶여 날마다 독수리에게 간을 쪼여 먹힌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 간은 쪼여 먹힌 만큼 다시 자란다. 

이 두 개의 이야기가 적절히 혼합되면서 이 시는 이루어졌다. 1,2,5연은 토끼의 이야기이며 3,4,6연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이다.

두 설화의 공통점은 ‘肝(간)’이다. 그런데, 현실에 적응하는 방식은 두 설화가 상반된다. 하나는 개인의 영달을 위하다가 위기에 빠졌으나 그것을 모면한다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모든 인간을 위해 자기를 희생하는 것이다.

토끼는 코카서스 산중이라는 절망의 땅에는 어떤 꾀를 내더라도 머무를 수 없는 존재이다. 그러나, 윤동주의 시 속 선택은 프로메테우스의 길, 겨레를 위한 자기희생에 있다. 어떤 삶을 살아야 하리라고 강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어떤 삶이 더 의미 있는 삶이라는 사실은 이 무더위 속일망정 때로는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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