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사천]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나호선 저 / 여문책 / 2022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나호선 저 / 여문책 / 2022

[뉴스사천=우민재 삼천포도서관 사서] 연애도 스펙이라는 말이 있다. 연애를 위해서 사랑하는 연인 말고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 보이지만 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많은 것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계의 시작은 무료일지 모르나 관계의 유지에는 적지 않은 돈이 든다.’

무한경쟁 시대에서 청년이 가진 재화는 한정되어 있는데 취업이라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자 한다면 다른 것에 한눈팔지 말고 오롯이 내 모든 것을 던져야만 그나마 성공할 가능성이 보인다. 때문에 가진 것이 별로 없는 대부분의 청춘은 연애를 시작하기가 두렵고, 어렵다.

나 또한 별다를 것이 없었는데 대학생 시절의 주머니 사정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이다. 데이트를 하기 전에는 항상 예산을 미리 생각해두어야 했고, 조금이라도 무리하는 달엔 모든 일이 힘겨워졌다. 졸업 후 장밋빛 미래가 있을 거라는 희망도 잘 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는 상태에서 연애는 언제 떨어질까 조마조마하며 뜬구름을 걷는 느낌과 비슷했다. 헤어진 날에는 슬픔과 함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홀가분함이 몸을 감쌌다.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서 생활하는 상황에서 연애는 필수재가 아닌 사치품에 가까웠다.

 『연애 결핍 시대의 증언』은 92년생 젊은 작가가 쓴 자전적 에세이이다. 책에는 청년의 연애 이야기뿐만 아니라 메리라는 이름을 대대로 물려받으며 마당에 묶인 삶을 사는 시골 개, 다친 사람이 마트 보이라서 다행이라는 이야기, 입시전쟁 참전기, 대학교에서 몰락하는 모범생, 군입대 칠수생, 포경수술, 민주주의를 맛본 중국인 등 한 청년의 솔직하고 진실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노력 인플레이션 속 자신을 압박하며 번아웃에 빠지는 청년들을 보며 자조적인 요즘 분위기를 알 수 있으며, 저자가 겪은 군입대 대란 이야기를 통해 흔히 ‘이대남’이라 불리는 20대 젊은 남성의 불평등에 대한 시각과 좌절을 엿볼 수 있다.

연애 이야기로 운을 뗐지만, 결국 이 책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의 삶 그 자체이다. 누군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나약한 소리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누군가는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할 것이다. ‘사랑이 유료고 혐오가 무료’인 지금 우리는 어디쯤을 걷고 있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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