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뉴스사천=정삼조 시인] 추석이 눈앞에 닿았다. 코로나19로 인해 명절날 오가는 사람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고향에 부모님이 계시는 사람은 이 추석에 고향을 찾지 않을 수 없다.

고향에 가면 정다운 고향의 말을 듣고 자연스럽게 쓰면서 고향에 온 것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그 지역의 문화는 지역의 말에 가장 잘 녹아있는 것이고 그 지역 사람은 그 지역의 말을 쓰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고향의 정서를 시로 담아내기를 잘하는 후배가 우리 지역말을 망라한 사전을 구해 보고자 한다는 말 끝에 각 지역의 지역말 사전이 생각 밖으로 충실하지 못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우리 사천 지역에서는 우리 지역말 사전이 보다 완벽하게 간행되어 널리 보급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보태졌다.

사전 형태로 지역말이 정리되는 일이 시급하고 마땅한 일이지만, 지역말은 문학작품을 통해 잘 보존되기도 한다. 우리 지역말을 잘 구사해 시를 쓴 시인은 아마 작고하신 최송량 시인일 것이다. 그분의 시집 『왜 잘 나가다가 자꾸 삼천포로 빠지란 말인가』에 실린 시 「내나 봄도다리라 카이」를 보자.

“어이 친구야/ 보리 누름에 문딩이 친구야/ 봄이 다 왔다 카이/ 중 늙은이 시린 바람에/ 얼어 죽는다 카는 보리 누름에/ 봄 도다리가 피었다 카더라 피었다 카이./ 소금 먹은 놈이 물 쉰다 카더니/ 생선 먹어 본 친구 생선 맛 알제/ 두놈 먹다가 한놈 돌아가셔도/ 모른다 카는 봄 도다리 맛 잊었나 잊어?/ 겨자장이 좋은가/ 고추 초장이 더 맛 있을라/ 막장이 젠장 장땡이라 카이./ 어이 친구야 친구/ 뜨끈뜨끈한 인정 식고/ 입맛 변하기 전에/ 동백꽃 피는 삼천포엘 와서/ 얼컨히 취하는 막걸리 멋에/ 봄 도다리 천신이나 하라 카이.”

위 시에 나온 우리 지역말을 서울 지역말로 고치면 아마 위 시의 맛은 사라지고 말 것이다. 잊혀 가는 우리 지역말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위 시에 나온 우리 지역말의 뜻과 맛을 되새겨 보자. 

우선 제목의 ‘내나’라는 말은 ‘거듭 말하지만’의 뜻쯤일 것 같다. ‘보리 누름’은 ‘보리가 누렇게 익어가는 때’를 가리키는데, ‘보릿고개’라는 말이 있듯이 곤궁한 때를 의미한다. 배는 고픈데 문둥병까지 든 고달픈 처지에 놓인 사람을 ‘보리누름에 문딩이 친구’라 표현한 줄로 짐작하겠는데, 친하여 만만한 사람을 친근하게 일컫는 지역말로 이해하면 되겠다. ‘카이’는 앞말을 강조할 때 쓰는 말이라 하겠는데 ‘하더라, 카더라’의 뜻쯤으로 알면 되겠다.

‘피었다’는 말은 특정 생선이 바다에 많아 잘 잡힌다는 뜻으로 쓰는 독특한 지역말이다. ‘막장’은 굳이 말하면 ‘쌈장’으로 대치될 수 있을 법한데, ‘쌈장’과는 다른 우리 지역 고유의 ‘장’을 가리키지 않을까 싶다. ‘천신이나 한다’는 말은 ‘어떤 좋은 일에 가까스로 참여하다’의 뜻쯤 되리라. 

위 시에서 살펴보았듯이 사라져서는 너무 아까운 우리 고장의 좋은 말들이 많다. 그동안 지역말을 정리하고 보존하고자 하는 뜻을 가진 분들의 성과가 없은 것은 아닐 것이나, 우리 지역만의 좋은 정서를 살려나가기 위한 더 체계적인 노력이 더해져 우리 지역의 말이 더 풍성해 지기를 기대해 본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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